(영상)국민연금도 놀란 환율…급락장에도 수출기업은 담았다

수출비중 높은 기업에 국민연금 통큰 투자…고환율 수혜 기대감
동일 업종 내에서도 차별화…수출기업 '늘고' 내수 기업은 '줄고'
강달러 현상 당분간 지속…원·달러 환율 상단 당분간 열어 둬야
국내증시 큰손 국민연금 투자 형태, 시장 방향성 체크에 도움

입력 : 2022-07-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최근 이어진 급락장에서도 수출기업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통화긴축과 저성장 우려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1300원을 돌파하는 등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자 높아진 환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일 총 119개 상장사에 대한 ‘주식 등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를 통해 24개 기업의 지분이 새로 ‘5%룰’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5% 룰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지분 보유자는 관련 내용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5일 내에 보고·공시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 한해서는 월별 약식으로 보고가 가능하다.
 
새로 지분보고 의무가 발생한 기업들은 대체로 내수기업보단 수출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최근 고금리·고환율·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비용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높은 환율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이밖에 농기계·운송 업체 등 고물가·고환율의 판가전가가 유리한 업종이나 지주사 등 배당주들도 ‘5%룰’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세부적으로 24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3분기 기준 매출액 중 수출비중이 50%를 넘거나 외화비중이 높은 기업 등으로 집계됐다. 해외매출이 비중 90%를 넘어서는 레이(228670)의 지분율이 5.04%로 늘었으며, 해외매출 비중이 각각 86% 77%인 제이시스메디칼(287410)리노공업(058470)도 5%룰 적용대상이 됐다. 해외매출이 60%를 넘어서는 대동(000490), 천보(278280), 성광벤드(014620),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등의 지분이 확대됐다. 외화예금이 전체 예금의 50%를 넘어서는 한화투자증권(003530)도 새로 5%룰 적용대상기업이 됐다. 
 
가장 지분이 많이 확대된 기업은 대동으로 이번에 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동은 해외 매출비중이 높은데다, 농기계 전문 업체로 해외 매출 판가전이도 자유로운 만큼 지분을 크게 늘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롯데지주(004990), HDC(012630) 등 지주사나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 등 배당력이 높은 기업들도 새로 5%룰 적용 기업이 됐다.
 
5%룰이 적용되던 기업들의 지분율 변화는 더 명확하다. 식료품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은 삼양식품(003230)이나 CJ제일제당(097950) 등의 지분율은 확대했지만, 국내매출 비중이 높은 롯데푸드(002270), 풀무원(017810) 등의 지분은 감소했다. 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회사 사업성에 타격을 주는 하나투어(039130), 진에어(272450), 제주항공(089590) 등의 지분이 감소했다.
 
최근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익성에 부담이 가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 상승이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원·달러 환율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0원까지 오르며 13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강세와 원화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주요국별 통화정책 노선이 엇갈리면서 주요국의 금리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경기를 우려해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시장 기대대비 완화적인 스탠스로 나오지 않는 이상, 강달러 압력도 단기간 내 완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한 상태이나, 당분간은 상단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증시가 부진하고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매수세 유입은 해당 기업의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 바로 국민연금인 만큼, 시장의 방향성 체크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의 투자 형태를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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