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박 수주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쟁과 원자잿값 인상, 파업 등 3분기 악재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선박 박주량 416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총 98척) 가운데 한국이 256만CGT(34척, 62%), 중국 110만CGT(50척, 27%) 수주를 기록했다.
이번 통계를 보면 한국의 CGT가 중국의 두 배인 반면 선박 수는 중국이 오히려 많다. 고난이도 공정으로 만든 첨단 선박일수록 CGT가 높기 때문에 벌어진 격차다.
한국조선해양은 총 2조8690억원 규모 대형 LNG 운반선 10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연간 수주 목표의 99.4%를 달성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상반기 누계 발주량도 앞섰다. 발주량 2148만CGT 가운데 한국 994만CGT(184척, 46%), 중국 926만CGT(335척, 43%), 일본 154만CGT(55척, 7%) 순이었다.
특히 첨단 기술이 집약된 LNG선 경쟁력이 뚜렷했다. 상반기 발주 14만m³ 이상 LNG운반선 89척 중 한국이 63척(71%)으로 초격차를 실현했다.
선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17만4000m³ LNG선은 기존 2억2700만 달러에서 2억3100만 달러로 상승했다.
정작 조선업계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6일 "6월 초부터 시작된 거통고(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일부 조합원들의 불법 파업으로 진수가 중단되는 등 생산 차질이 심각해졌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업계는 진수가 1주일 연기되면 매출액 1260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매주 고정비 250억원이 추가 지출된다. 인도 지연에 따른 보상금도 선주에게 줘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1도크 진수는 3주째 연기되고 있다.
박 사장은 "진수 중단 장기화로 도크를 포함한 내업, 안벽 등 선후 공정 생산이 멈춰 섰다"며 "블록 적치장이 없어 더 이상 조립 작업을 할 수 없고 도장 작업이 안 된 선박은 진수를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후행 공정 역시 작업 물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했다.
파업 상황은 악화일로다. 경찰은 지난 1일 파업을 이끄는 거통고 집행부 세 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금속노조는 6일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전쟁에 따른 '러시아 리스크'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측 선주가 LNG 운반선 세 척 중 한 척에 대한 건조대금을 미납해 지난 5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공사 수주 규모는 기존 1조137억원에서 6758억원으로 줄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그룹 내 조선3사(
현대중공업(329180)·
현대미포조선(010620)·현대삼호중공업)가 첫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이 예상된다. 노조는 지주사인
HD현대(267250) 또는 조선부문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이 공동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달 중순쯤 사측에 공동의견서를 전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법적 의무가 없다며 공동교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계 인력난 극복도 과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호황기인 2014년 약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약 9만2000명으로 55% 줄었다. 올해 9월 조선 인력은 95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감에 대한 인력은 부족하지 않다"면서도 "새로 계약한 선박 건조가 시작되는 6개월쯤 뒤에는 인력이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철강사와의 후판가 협상도 초미의 관심사다. 후판값은 2020년 약 67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13만원대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 협상 때는 120만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조선3사는 충당금 설정으로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냈다. 조선업계는 '최소한 동결'을 바라지만 철강업계는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높아 동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