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속 관건은 반이재명 전선 형성 여부다. 당대표 출마자만 7명에 달해 3명을 추리는 예비경선 결과도 주목된다. 세대교체를 내세운 4명의 '97그룹'(90년대학번·70년대생) 주자들은 일단 예선에서는 각개약진에 주력한 뒤 본선에서 단일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1일 기준, 민주당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총 5명이다. '97그룹'의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4인이 모두 당권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김민석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설훈 의원의 출마도 확정적이다. 이낙연계인 설훈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출마하면 그 다음 이어서 바로 저도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97그룹' 주자로 꼽혔던 김해영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출마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의원과의 전선 형성에 주력하며 당대표 도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지만 당무위원회가 박 전 위원장의 피선거권을 문제 삼은 비대위 의결을 수용한 터라 사실상 출마 길은 봉쇄됐다.
이재명 의원을 제외한 6명이 각개약진으로는 이 의원의 대항마를 자처하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당내에선 지배적이다. 당대표 경선을 좌우할 민주당 지지층은 이 의원을 향해 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에 한해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찬성 여론은 76.7%로, 반대(16.7%)를 압도했다. 또 이들 중 77.1%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대해 '기대를 더 가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로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당심을 확보한 이 의원이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이재명 의원에 맞설 나머지 주자들로서는 최종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양강양박' 모두 단일화에 있어 긍정적이다. 다만, 이들은 본경선 후보 3명을 추리는 예비경선 이후 단일화에 나설 게 유력하다. 강병원 의원은 "컷오프 이후 단일화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컷오프가 될지도 모르는데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 측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컷오프 전 단일화는)별로 가능성 없다"고 했다. 아직까지 '97그룹' 주자들 간 단일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11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비경선의 경우 중앙위원 투표 70%에 국민여론조사 30%를 더해 치러진다. 현재 '97그룹' 주자들 중 박용진·박주민 의원이 인지도에서는 앞서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도 출마해 전국적 인지도를 갖췄다. '박용진 3법'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선거 및 사회현안 4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로 박용진 의원이 가장 높은 16.1%의 지지를 받았다.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중도층에서도 18.1%로 가장 높았다. 다만 박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우위에도 불구, "그것만 보기에는 이번 전당대회 방식이 있기 때문에 판세는 오리무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사안마다 강한 개혁성을 보인 박주민 의원도 당내 지지도와 인지도가 높다. 앞서 언급된 같은 조사에서 박 의원은 민주당의 세대교체를 이끌 인물로 당의 심장부인 호남(광주·전라)에서 12.8%의 지지를 받으며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22.1%의 지지를 받으면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재명 의원과 지지층이 일정 부분 겹친다는 점은 그에게 부담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중도포기한 상황에서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도 주목된다. 박용진, 박주민 의원의 경우, 인지도는 높지만 친문 그룹과의 신뢰도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문계로는 '97그룹' 주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강병원 의원이 꼽히지만, 낮은 지지도가 복병이다. 그럼에도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 표심에서는 강병원 의원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친문계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위원들의 투표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만큼, 친문계 지지세가 강한 강병원 의원이 무난히 컷오프를 통과해 본경선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친문 그룹이 따로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친문 성향 사람들은 강병원 의원 지지로 많이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한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강병원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민 의원도 이러한 전망에 동의했다.
강훈식 의원도 인지도보다는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당초 손학규계로 정치를 시작한 강훈식 의원은 계파색이 그리 강하지 않은 가운데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가 있는 충청권에서 힘을 몰아 줄 수도 있다.
친문 진영은 본선에서는 단일후보에 지지를 몰아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신동근 의원은 "친문 내에서도 ('97그룹' 주자들 중)누가 됐든 간에 단일화를 해야 되고, 단일화되면 그쪽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특정인을 당장에 지지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본다. (본선에)올라오면 그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97그룹'에서 한 명으로 단일화되면 그쪽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이 지난 1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