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가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1위(400달러 이상 기준)업체 애플까지 도달했다. 그간 기술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중국산 패널이 국내 업체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당국의 대규모 투자, 인재 유출 등이 지속될 경우 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기본 모델인 노치형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디스플레이에 국한돼 아직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업체와 기술력 차이는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시장조사업체에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는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일반모델에 노치타입 소형 OLED 패널을 납품한다. 노치는 스마트폰 화면을 최대로 키우기 위해 기기 외부를 둘러싼 베젤을 얇게 하는 대신 화면 위쪽 가운데에 카메라와 수화기를 넣은 형태를 뜻한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를 기본 모델, 플러스, 프로, 프로맥스 등 4종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 중 기본 모델과 플러스는 노치타입 LTPS, 프로와 프로맥스는 듀얼 펀치홀(두 개의 구멍 뚫린 디자인)타입의 LTPO(저온다결정산화물)패널이 탑재된다.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아이폰, 맥북 등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LTPO는 LTPS 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LTPO는 LTPS와 옥사이드 TFT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기 위해 두가지 모두를 유리 기판위에 올린 구조다. 따라서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지만 고해상도를 구현하면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패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같은 LTPO 패널에 펀치홀타입을 적용한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2019년부터 자사의 스마트폰에 적용해왔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8년까지 아이폰의 OLED 패널 공급을 독점해왔다. 올해도 아이폰14 시리즈 전 모델에 LTPO, LTPS 패널을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애플에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4 최상위 모델 프로맥스에 듀얼 펀치홀 LTPO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공급하며 기본 모델 패널도 납품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BOE는 기본 모델 LTPS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물량을 나눠 납품하게된 상황이다.
국내 업체가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같은 OLED 점유율 확대가 LCD 굴기 당시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LCD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LCD 산업이 쇠퇴한 바 있어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가별 LCD 패널 점유율(매출 기준)은 중국이 51.8%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4.9%에 불과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LCD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올 하반기 TV용 LCD 생산 규모를 상반기보다 10% 이상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애플향 납품 비중에서도 BOE 점유율이 상승한 상황이다. 옴디아는 2021년 기준 8%였던 BOE의 아이폰 패널 점유율이 올해 13%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66%, 26%에서 올해 64% 23%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BOE의 스마트폰용 OLED 공급이 아이폰13에 이어 아이폰14에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 제고와 원가 절감 노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인력 유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100명 이상의 한국 인력들이 BOE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한국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은 더 나은 급여를 받기 위해 중국으로 이주했다"며 "많은 인력이 중국 BOE의 OLED 공장의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