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OS에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과거 스마트폰 등장 당시 구글에 SW 생태계를 뺏겼던 뼈아픈 이력이 있어서다. 최근 TV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4500만대로 설정했으나 최근 4200만대로 하향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디스플레이 주문량도 TV 수요 감소를 이유로 기존 대비 200만~300만장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 주문량 역시 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부품 구매를 일시중단하고 재고 파악에 나선 상태다.
LG전자도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기존 2400만대에서 2100만대로 300만대 낮춰 잡았다. 지난해 출하량(2700만대)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 주요 수익 사업인 OLED TV도 출하량을 기존 500만대 이상에서 약 480만대로 수정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을 2억879만400대로 전망했다. 이는 3월 전망치보다 284만5000대 하향 조정된 수치다. 지난해 연간 출하량 대비 474만3000대 줄었다. 옴디아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TV 출하량은 2010년(약 2억1000만대) 이후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타이젠OS 기반 스마트 허브 화면.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상황에서 양사는 하드웨어 점유율을 바탕으로 OS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양대산맥으로 군림해왔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전세계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32.9% 점유율로 1위, LG전자는 17.7%로 2위에 올랐다. 전세계 TV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TV OS를 앞세워 이미 시장 선두자리에 올라있다는 부분은 악재다. 옴디아가 집계한 전세계 스마트TV OS 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구글 안드로이드 38.7%, 삼성 타이젠 21.3% 2위, LG 웹OS 13.8% 순으로 나타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스마트폰 OS와는 또다른 안드로이드 TV OS를 2014년 내놓고 TV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OS에서 완전히 밀려버린 전적이 있기 때문에 TV에서는 생태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가 집계한 글로벌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72.11%, iOS는 27.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계 모든 스마트폰의 양사의 OS로 구동되는 셈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빅뱅' 당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구글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 자사 TV OS에 익숙해진 고객이 향후 TV 교체 과정에서 같은 OS를 탑재한 제품을 또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록인(lock-in·종속)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 webOS를 외부에 공급하며 TV 플랫폼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케이엠시(KMC), 월튼(WALTON), 세이키(SEIKI), 크로마(CROMA) 등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해외 로컬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이다. 웹OS 기반 스마트 TV를 출시하는 업체는 지난해 20여 곳에서 올해 200여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LG전자는 webOS TV 생태계의 빠른 확대를 위해 플랫폼 구매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 및 방송 서비스도 지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대표 콘텐츠로는 25개국에 총 1900여 채널을 제공하는 무료방송 서비스 LG 채널이 있다. 인공지능 씽큐(ThinQ) 기반 음성인식 등 LG 스마트 TV의 다양한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타이젠OS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스마트 TV 플랫폼 게이밍 허브(Gaming Hub)를 공식 출시했다. 게이밍 허브는 타이젠(Tizen)을 기반으로 실행되며 사용자가 즉시 원하는 게임을 접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의 TV 플러스 플랫폼은 23개국으로 확장돼 현재 10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4분기에는 3년 만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를 오프라인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행사에서 지난해 밝힌 '타이젠'을 중심으로 한 앱 생태계 확장 전략이 발표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