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치솟는 환율...엇갈리는 산업계 명암

(경기복병 환율①)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희비 교차
반도체·석유화학 '웃고' 정유·항공 '울고'

입력 : 2022-07-18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조재훈·신태현·오세은 기자] 국내 산업계가 원달러 환율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정유 등 수출 산업군이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희비는 엇갈린다. 반도체는 환차익을 거둘 공산이 크나 정유업종은 환차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원자재는 수입, 완제품은 수출하기 때문에 환차익과 환차손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6.1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가장 높았다. 13년 2개월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달러 강세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물가 상승과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이 꼽힌다.
 
특히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치를 넘는 9.1%를 기록하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향후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먼저 전자업계에서는 달러 가치 고공행진이 싫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출에 치중된 기업은 환율이 뛸수록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가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7년 14조700억원, 2018년 14조87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반도체는 대부분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가 환차익으로 이어진 셈이다. 2분기 확정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환차익으로 약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을 기준으로는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원자재 등을 구입할 시 위안화 등 다른 외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종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정유사에서 정제 공정으로 생산한 석유제품을 나프타 등의 원료로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석유를 연료가 아닌 소재로 가공하는 업종이다. 따라서 원료구입비와 수출 증가로 인한 매출증가분을 따지면 원료보다는 제품단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환율 오르면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분석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내수 산업이라면 환율 인상분을 국내 제품가에 반영하든지 해야하는데 석화업종은 내수보다는 수출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고환율로 원유값을 더 지불하게 돼서다. 이는 주유 등 국내 물가 상상으로 이어진다. 국내 유가도 자체적인 상승 압력 상황에 놓인다. 또 통상적으로 정유사들은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유전스(기한부 어음)를 발행한다. 환율이 오르면 결국 외화 부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고환율로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수요가 꺾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정유업계 손익상으로는 수출로 인해 일부 영향이 상쇄되지만 환차손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 때문에 수익 자체가 감소하니까 항상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항공산업에 있어서도 악재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리스비와 유류비를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 항공업계"라며 "환율이 오르면 해외 호텔 등 시설 이용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업계는 항공유나 리스비에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를 부추기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총수입액이 총수출액을 초과했다는 뜻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 적자액은 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3개월 연속 무역 적자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누적액은 160억달러를 육박해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수입 증가율(40.9%)이 수출 증가율(39.7%)을 상회한 이후 수입 증가율은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 13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이같은 부분이 호재로 작용,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추면서 수출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수입업체들에게는 악재인 이같은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훈·신태현·오세은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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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