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한·미 통화스와프 물밑 논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면담을 진행, 양국 공동의 현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담에서는 심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 제재 강화, 인플레이션 대응책 마련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에 대한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통화스와프란 협상을 체결한 국가 간에 비상 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은 외화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위기 상황 시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와 체결했던 600억 달러 규모의 한시적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계약 종료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년 사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병목 등 영향으로 우리 경제 상황은 많이 악화됐다. 특히 환율 문제가 심각한데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26.7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29일(1357.6원) 이후 최고치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진행하면 국내 환율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며 "될 수만 있다면 추진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화스와프 문제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의결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연준의 역할"이라며 "옐런 장관과 통화스와프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국 재무장관이 통화스와프를 논의한다고 해도 미 연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추경호 부총리는 한미 통화 스와프 논의 물음에 대해 "미국 재무당국자들은 통화스와프는 연방준비제도의 권한이라는 점을 얘기했다. 다만 양국 간 금융 안정, 외환시장 협력 방안에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강달러 현상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미국 입장에서는 굳이 통화스와프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비슷한 위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무장관 회의가 있다지만 미국이 우리만 별도로 통화스와프 혜택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미 재무장관 회의가 다양한 양국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양국 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한 바 있다"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추경호 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거론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우리나라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양국의 경제 상황 및 현황에 대해 살필 계획이다. 사진은 재닛 옐런 장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