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스마트폰·가전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반도체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업계의 주요 매출처인 메모리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업체의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수급 균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8~13% 가량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전망(3~8% 하락)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품목별로는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 가격이 전 분기대비 8~13% 하락하고, 엔터프라이즈(기업용)SSD와 클라이언트(소비자용)SSD도 각각 5~10%, 8~1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3D 낸드 웨이퍼 가격 하락폭은 22년 3분기 15~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공정은 고도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2분기에 시장 공급 과잉이 심화됐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낸드 가격 하락은 PC 등 소비자향 IT기기의 수요 부진과 엔터프라이즈SSD의 주요 수요처인 데이터센터가 경기 악화로 인해 기존 서버의 업그레이드 시기를 늦추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결과다.
또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구도가 형성돼있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는 다수의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공급량이 조절되기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5.3%), 키옥시아(18.9%), SK하이닉스·솔리다임(18%), WDC(12.5%), 마이크론(10.9%) 등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YTMC 등 중국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며 이들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낸드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이어 메모리 비수기로 꼽히는 내년 상반기 업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공급과잉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중반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렌드포스는 앞서 3분기 D램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 역시 기존 전망치(3∼8%)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이다. 모바일 D램의 가격 하락폭을 3~8%로 내다봤지만 이를 8~13% 수정했으며 PC용 D램은 5~10%, 서버용 D램은 5%에서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메모리 가격 하락은 반도체장비업계에도 약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내년 메모리향 장비 지출액이 전년 대비 D램은 7.7%, 낸드는 2.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자용 디바이스 및 가전 중심의 수요 둔화로 메모리 업계의 공급 제한 계획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공급 조절을 통한 가격 방어 전략을 택한 만큼 메모리 업체들의 2023년 장비 지출액 하향 조정은 확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