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의료기기 유지보수 소프트웨어(SW) 비용을 대리점에게 떠넘긴 의료기기 업체 지멘스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상 근거나 사전 협의 없이 유지보수 SW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킨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멘스는 2010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약 4년 동안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전산화 단층 엑스선 촬영 장치(CT), 진단용 X선 촬영장치(X-ray) 기기의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7개 대리점에 대해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시켰다. 이러한 비용 전가에 대한 계약상 근거 혹은 사전 협의는 없었다.
지멘스는 MRI, CT, X-ray 구동에 필요한 구동 운영체제 프로그램과 함께 별도의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를 장비에 미리 설치한 채 판매했다.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는 평소 장비에서 상시 동작하면서 자동으로 고장진단업무를 수행하며, 진단 도중 이상을 감지하면 에러코드를 띄워 사용자인 병원에 이상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지멘스는 독일 본사가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청구한 것의 평균 약 1.5배(147.8%)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리점에 전가했다.
지멘스는 자동차, 전력, 운송, 의료 사업 부문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그룹으로 본사는 독일에 있다. 한국 지멘스는 2015년까지 이 사건 관련 국내 의료기기 사업을 담당했다.
국내 MRI, CT, X-ray 장비 시장은 지멘스, GE, 필립스 등 소수 글로벌 기업이 과점하는 구조다. 이 사건 당시 지멘스는 국내 MRI, CT시장에서 업계 1위 사업자였다.
오재철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이번 조치는 공급업자가 각종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 적발하고 시정하면서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예방하고 대리점주 권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형 공급업체들이 원가 인상을 핑계로 각종 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효과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상 근거나 사전 협의 없이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비용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킨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4억8000만원 부과를 잠정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지멘스 독일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