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인명피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6개월을 맞은 가운데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모습이다.
법 시행 이후 대형·공공 건설 현장 사망자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현장점검에서 부실이 적발된 지적사항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법 위반에 대한 법리적, 실무적 해석을 놓고 이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키로 하면서 실질적인 사고예방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99명으로 집계됐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하도급사 포함)를 기준으로 보면 사망자는 1분기 14명, 2분기 9명으로 모두 23명으로 나왔다.
(사진=백아란기자)
건설사별로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와 고속도로 건설 공사 과정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SK에코플랜트에서는 지난 5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와 지난달 인천 서구 주상복합 신축공사에서 각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주요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작년 상반기(34명)에 비해 32.35% 감소했다. 올해 1월27일 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장 불시 점검에서 적발된 부실사항은 더 늘어났다. 실제 국토부가 직전분기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올해 들어 6월까지
현대건설(000720),
DL이앤씨(375500), 한화건설, 쌍용건설, KCC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모두 267곳의 현장에서 총 449건의 부실사항이 적발됐다.
(표=뉴스토마토)
지적건수는 작년(307건)보다 46% 증가한 규모로 현지시정(419건)이 가장 많았으며 과태료(18건), 벌점(8건), 주의(4건) 순으로 나왔다. 특히 작년 4분기 사망사고가 나오며 특별점검을 받았던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계룡건설(013580)산업은 올해 1분기 중에도 사망자가 발생해 2분기 특별점검을 받았다. 이 결과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계룡건설산업 현장에서는 각각 83건, 25건, 20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더욱이 3분기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디엘이앤씨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감독을 실시한 42개 현장 가운데 40개 현장에서 법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특히 사망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이 30건 적발됐다.
눈에 띄는 사망사고는 줄었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셈이다.
한편 정부는 경제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개선할 방침이다. 부처별로 경제 형벌규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책임 경중에 따른 형량 차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법적 명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법령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개선방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