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화합 속에 희망이 있다

입력 : 2022-07-27 오전 6:00:00
대우조선에서는 하청노조가 도크를 점거하고 벌이던 극한적인 저항은 51일 만에 막을 내렸다. 너무 저임금이라고 여기기에 다소 인상폭을 높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벌어진 사태였다.
 
그 사이 대우조선이 건조한 선박 2척의 진수 작업이 3주 넘게 지연됐다. 회사가 생긴 이래 4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에 박두선 대우조선 대표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를 경찰병력으로 끌어내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도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임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니 경영진의 기대도 컸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파업 노동자들을 향해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경찰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노사 간에 원만한 합의를 해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경찰병력이 투입된다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보도에 따르면 하청노조 부지회장 1명은 지난달 22일부터 조합원 6명과 함께 1도크에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 운반선을 점거하고 부피 1㎥짜리 철제 구조물에 들어간 상태였다. 안에서 용접으로 출입구를 막고, 위험물질인 시너까지 준비했다. 따라서 경찰이 무리하게 이들 노동자를 끌어내려 하다가는 제2의 용산참사가 벌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됐다.
 
설사 무리해서라도 노동자들을 끌어냈다고 해도 후유증은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나 주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스로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공언한 것과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ESG 가운데 사회적 책임 이행을 의미하는 S에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제 앞으로의 일이 문제다. 난제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남 거제경찰서는 이날 업무방해 등 혐의로 하청노조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다행히 법원은 23일 영장을 기각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노조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큰 걸림돌이다. 대우조선은 노조의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은 일단 믿기 어렵다. 다소 손실이 발생했어도 파업 종료 후 작업의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파업사태가 끝나자마자 바로 지연됐던 진수를 재개했다. 그 감투 정신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굳이 배상을 받아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노사 간의 합의와 신뢰를 깨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짓이다. 노사가 원만하게 합의했으면 그런 야비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우조선의 경영진이 수천억원의 손실이 빚어졌다고 역정을 낼 자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낸데 이어 올해도 1분기에만 47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의 부채비율도 547%로 지난해 말에 비해 156%나 치솟았다. 한마디로 ‘밑 빠진 독’과 비슷한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현대중공업의 인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앞날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럴 때 경영진은 경영악화에 대해 노동자와 하청업체에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현재의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영진 교체를 포함한 획기적인 쇄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검토해볼 문제이다. 아울러 하청구조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요하겠지만, 어려운 경영 상황 때문에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진솔한 자세로 노조나 하청업체들과 대화하고  경영개선 대책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새로운 대주주를 함께 찾아 나서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의 70% 이상을 벌써 달성했다고 한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모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많기 때문에 노사와 하청업체가 힘을 모으면 무난히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화합 속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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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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