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는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누진과세로, 정부가 상대적으로 중·하위층일수록 세금 감소폭이 더 크도록 만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강조한 발언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대한 '부자감세' 논란이 거세지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놓고 갑론을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득세를 보면 하위 과세표준은 소득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1200만원∼46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5000만원 이하로 변경된다는 논리다. 적용세율은 기존 15%에서 6%로 9%포인트, 4600만∼5000만원 구간의 적용세율이 24%에서 15%로 9%포인트 낮아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3000만원 노동자의 소득세는 현행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8만원 낮아지고, 1억원 노동자의 세부담은 1010만원에서 956만원으로 54만원 낮아지게 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감소 절대액이 아닌 비율을 근거로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더 적어진다고 항변한다. 연 1억원 소득 노동자의 세부담은 5.3% 감소에 그치는 반면 연 3000만원 소득의 노동자의 세부담은 27.0%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법인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설명을 이어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추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는 과세표준 5억원까지 특례세율 10%를 적용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은 기존보다 12%, 정도 세금을 덜 내는 구조로, 대기업은 약 10% 세금을 덜 내는 구조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계한 법인 규모별 납부세액 대비 감면액 기준을 보면 기업들에 대한 감세 혜택 총 6조5000억원 중 대기업에 대한 감세가 4조1000억원을 차지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세수효과는 2조4000억원으로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대기업이 100여개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 9만4000개, 중견기업은 28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당 세감면 효과는 대기업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의 5년간 세수효과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5년간 13조1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을 보면, 2022년 기준년도로 놓고 실제 5년간 누적 세수효과를 계산할 때 세감소 규모는 60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제시한 13조1000억원 세수효과는 전년 대비 방식으로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국민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세수감소는 세법개정이 없는 현재시점(2022년)대비 이번 세법개정으로 얼마의 세수가 감소하는지 여부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방식으로는 정확한 세수감소 규모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세금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부의 재분배 기능이다. 고소득자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저소득자는 세금을 감면해 준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정부가 각종 복지제도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된다.
기재부 내 실무진들 사이에서도 선배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볼멘 목소리도 세어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작은 정부'가 대기업과 부자들만 살리고 불평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불식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