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와 관련된 비공개 재판 중 나온 증언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 간부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이태희 전 대공수사국장, 하경준 전 대변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 전 차장 등은 지난 2013년 12월 비공개로 열린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A씨의 증언과 탄원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증언이 유출됐다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 탄원서 내용도 언론에 보도됐다. A씨는 유출로 인해 자신과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변이 위협을 느끼게 됐다며 유출자를 처벌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이 전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게 A씨 증언 등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앞선 1심은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을,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게는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업무체계와 조직, 상하관계에 비춰보면 하급자가 상급자 지시 없이 언론 보도될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 전 차장이 누설행위를 지시했다고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이외 나머지 증거는 서 전 차장의 지시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또 “A씨의 법정진술이 국정원직원법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는 누설될 때 국가 이익이 위협받는지에 따라 판단된다”며 “A씨의 법정진술 내용은 국가에 해를 끼친다고 보기 어려워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지난 2013년 2월 검찰이 화교 출신의 탈북자 유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시작했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겨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유씨를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유씨 여동생인 유가려씨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해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유씨는 무죄판결을 확정받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유가려씨가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원 고문 수사관 1심 속행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