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시나리오라는 '한미 금리 역전'…8월 금통위 결정은

미 연준, 예상대로 정책금리 단번에 0.75%포인트 상향
재정·통화 당국 "시장에 선 반영…문제 없다"
8월 금통위, 기존 경로대로 0.25%포인트 인상에 무게
인플레 압력 심각…"빅 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입력 : 2022-07-28 오후 3:57:2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내달 25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한은이 경기 침체와 물가 관리라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0.5%를 높이는 '빅 스텝'을 실시하기보단 0.25%포인트 상향을 점치고 있다.
 
특히 연내 2.75~3% 기준금리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 만큼,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속도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25~2.5%가 돼 2.25%인 우리 기준금리의 상단을 추월하게 됐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시장에는 충분히 반영된 사안인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한은도 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업계는 현재 2.25%인 우리 기준금리가 연말 2.75~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산술적으로 올해 8·10·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이상 오르면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업계는 한은이 내달 빅 스텝을 밟기보다는 기존 경로대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 연준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는 것도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실제로 한은의 '2022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7% 오르며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성장률을 이끌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 GDP 하방 위험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이달 13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8월 빅 스텝은 어려울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문제보다 실물 경제 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통화 당국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나타날 부정적 효과보다, 우리가 높은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가 작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행보를 따라가기에는 굉장히 심각한 경기 침체 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미국 통화 정책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아마도 우리 경제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절충한 통화 정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은이 마냥 점진적인 금리 인상 수순을 밟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동향을 지켜보며 빅 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월 대비 0.8%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세가 계속 지속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해 곧바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오랫동안 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게다가 이미 우리나라의 자체 물가상승률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보다는 높이 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내달 25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100달러 지폐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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