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초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낸드플래시 후발주자 꼬리표를 떼게 됐다.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개발에 성공 후 지난주 232단까지 공개하면서 기술력에 있어 뒤쳐지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 있어 후발주자다. 현재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1997년부터 낸드플래시 투자를 본격화한 반면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으로 2001년 탄생했다. 본격적인 낸드플래시 사업은 2003년에 시작했다. 삼성전자 보다 시장 진입이 5년 정도 늦은 셈이다.
SK하이닉스는 2016년부터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2016년 2분기 36단 128Gb 3D 낸드 공급을 시작했으며. 2017년 3분기에는 세계 최초로 72단 256Gb 3D 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이어 2018년 개발한 낸드 96단부터는 기존 3D를 넘어선 4D 제품을 선보여왔다. 4D는 3D와 비교할 때 단위당 셀 면적이 줄어들면서도 생산 효율은 높아지는 장점을 가진다.
(자료=SK하이닉스)
낸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이같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005930)는 낸드 개발에 있어 '적층 경쟁' 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낸드는 '더블 스택' 구조다.
더블 스택이란 하나의 셀 묶음을 두 개로 합친 적층 기술이다.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 셀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 싱글 스택 보다 데이터 손실이 많아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싱글 스택으로 128단까지 쌓을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238단은 더블 스택으로 쌓은 것이고 삼성전자도 이론적으로는 싱글 스택 128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256단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더블 스택은 싱글 스택보다 데이터 손실이 크고 원가 경쟁력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낸드의 현존 최고층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적층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4위와 5위 기업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200단대 진입을 발표하면서 향후 그 이상의 세계 최초 타이틀을 쥐기 위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시장은 3강 구도가 형성된 D램과 달리 5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어 앞으로도 업체 간 기술력 확보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9%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키옥시아 18.9%, 웨스턴디지털 13.8%, SK하이닉스 13.2%, 마이크론 10.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같은 기술 경쟁은 메모리 분야 뿐만이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 등 전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머리카락 굵기보다 10만배 작은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미세 선폭 구현에 각사의 기술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진행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