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떠안으며 대주주에 오른 KB증권이 장내매도를 통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엔지켐생명과학이 500%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자 대거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다만, 아직 KB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많은 만큼 추가적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엔지켐생명과학 주식 94만3769주를 장내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도단가는 2만6150~2만1160원 수준으로 총 225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을 매도한 시점은 엔지켐생명과학이 500% 무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한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달 27일 엔지켐생명과학은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KB증권은 이날 총 40만주를 장내 매도했는데, 이는 당일 KB증권 창구를 통한 전체 매도물량(51만주)의 78.4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장내 매도로 KB증권의 지분율 역시 기존 19.21%에서 11.90%로 낮아지면서 최대주주 자기는 다시 브릿지라이프사이언스(12.12%)에게 넘어갔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3월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대표주관사를 맡으면서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에 올랐다. 청약에서 실권주 380만9958주가 발생하자 KB증권이 이를 모두 인수한 것이다. 이는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발행 530만주 중 71.89%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당시 보유지분이 27.97%에 달했다.
KB증권이 장내매도로 지분을 정리한 것은 엔지켐생명과학의 ‘황금낙하산’ 정관 강화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업계에선 KB증권이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금산분리법에 따라 비금융회사의 지분 20% 이상 보유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제 KB증권은 대주주에 오르자마자 ‘트리니신기술조합’, ‘포스라빌조합’, ‘폴리스니조합’ 등에 보유지분 8.7%가량을 블록딜로 매매하며 지분을 20% 이내로 축소했다. 그러나, KB증권의 볼록딜 매매 직후 엔지켐생명과학은 KB증권의 지분매도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우려해 이사진의 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받도록 하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강화했다. 여기에 이사진 축소를 통해 KB증권의 이사진 선임이나 추주총회 개최까지 막아버렸다. 이에 블록딜 매수자를 찾기 힘들어졌고 결국, 장내매도로 지분을 정리하게 됐다.
KB증권은 장내매도를 통해 225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번 매도에서 약 45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KB증권이 실권주 인수가격은 2만8620원(실권주 수수료 포함)으로 매도 단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남은 지분 11.90%까지 포함할 경우 KB증권의 손실액은 152억원(2만2250원, 5일 종가 기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KB증권의 지분 정리에 따른 엔지켐생명과학 오버행 이슈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지분 역시 장내매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의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블록딜을 통한 지분 정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KB증권 역시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하고 남은 지분을 장내에 매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160만주 가량의 지분이 남았는데, 해당물량이 장내에 대거 풀릴 경우 오버행에 따른 주가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