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지켐, 백신 생산 포기했나…공장부지엔 잡풀만 무성

상반기 착공 예정 백신 공장은 건축허가도 안받아…유증자금 유용 우려
1685억 유증 후 사용한 금액은 195억…대부분은 실권주 수수료
백신 생산·판매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입력 : 2022-08-0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이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백신 생산을 위해 마련한 공장부지가 아직 착공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엔지켐생명과학은 공장의 사용승인은커녕 건축허가나 착공신고조차 받지 않은 상황으로 올해 안에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초 조달 목적과 다르게 활용했다면, 과태료 등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2일 <뉴스토마토>의 취재 결과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6월 착공을 계획했던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바이오폴리스 지구 내 공장부지의 첫 삽도 뜨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지난 5월 청주시의 건축허가를 받고 6월에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터파기조차 추진하지 않은 상태였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청주시 오송바이오폴리스 지구 내 오송읍 정중리 726번지는 현재 건축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라며 “건축허가부터 우선 받아야 착공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 오송바이오폴리스 내 백신 생산 공장 부지. (사진=박준형 기자)
 
엔지켐생명과학의 오송 백신 공장은 부지만 1만7500㎡(약 5300평)에 달하는 면적이다. 지난 2016년 양수했으며, 2020년 취득을 완료했다. 오송 부지는 당초 엔지켐생명과학의 신약 ‘EC-18’과 조영제 등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장이 건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임상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난해 백신 생산 공장으로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올해 2월 유상증자도 이 같은 취지에서 진행됐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 1685억원을 모두 인도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 생산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이더스 카딜라(Zydus Cadila)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료 및 로열티 지급으로 27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며, 백신 생산시설 신축에 552억원, 이밖에 백신 생산 및 마케팅 비용 등으로 나머지 856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6월 백신공장 착공과 함께 백신도 생산할 예정이었다. 올해 3월부터 백신 원액(DS) 생산을 시작으로 7월부터는 백신 완제(DP)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1월 말까진 완제 백신 8000만 도즈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며, 이를 통해 7552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3월 말까지 백신 원액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 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대로라면 3월 백신 원액 생산과 완제 생산을 위한 시설·장비와 증축 자금을 투자했어야 한다. 지난 3월 말까지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중 사용한 자금은 195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유증 실권주 수수료와 발행제비용, 기술이전료 필요한 금액만 189억원 수준이다.
 
백신 생산을 이유로 대규모 유증에 나섰으나, 백신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엔지켐생명과학의 이번 500% 무상증자 역시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이 활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가 악화하고 있지만, 최근 유상증자 이후 주식발행초과금이 두 배 넘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증 이전에도 주식발행초과금이 있었던 만큼 유증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이 목적과 다르게 활용됐다면 향후 지분증권 허위 기재 등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통해 기업 실적 향상과 글로벌 백신 허브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신의 판매를 위해서는 각 판매지역에서 판매 허가 승인이 필요한데, 최근까지도 백신 판매 허가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 허가가 이뤄지더라도 자이더스와의 로열티 지급 문제로 수익이 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고정비를 생각할 경우 엔지켐생명과학의 백신 판매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계약에 따라 독점지역에 백신을 판매할 경우 판매 수량과 관계없이 자이더스에 매년 2000만달러(약 261억원)의 로열티를 고정적으로 지급해야한다. 이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230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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