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준석 징계' 한 달…수습 대신 파국만

9일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 출범…이준석, 당대표 복귀 좌절

입력 : 2022-08-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지 한 달이 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로, 혐의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이었다. 다만 윤리위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수습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 대표의 당대표 복귀 길은 열렸다.
 
권성동 원톱체제를 둘러싼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내 충돌도 일었다. "A brother is a brother. 한 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라던 장제원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권 원내대표와 뜻을 달리했다. 장 의원은 차기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이 당내에서 파다했다. 당내 세력이 없는 안 의원을 도와 그를 당대표로 올릴 경우 사무총장을 맡아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마치고 당대표로 직행하는 그림을 그렸다. 비대위로 전환, 조기 전대로 갈 경우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잔여 임기 때문에 당대표 도전이 불가능하다. 세력 분화로 치닫던 두 사람은 오찬 회동을 통해 일단 갈등 봉합에 합의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자 유출' 사태를 맞으면서 상황은 또 다시 급반전됐다. 이 대표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편한 속내("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확인되면서 당의 내분은 격화됐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고, 당 지지율마저 민주당에 역전당하자 꺼진 듯했던 비상대책위원회 불씨가 되살아났다.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초선들의 연판장과 함께 배현진·윤영석·조수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대표 직무대행 사의를 표명하는 동시에 비대위로의 전환에 동의했다. 사실상의 지도부 와해였다. 장제원 의원이 초선들을 움직였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당이 '비상상황'에 처해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총의를 모았고, 다음날에는 최고위에서 5일 상임전국위, 9일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절차적 하자의 잡음도 일었다. 이 대표는 이를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되살아난 시체 '언데드'로 표현했고, 김용태 최고위원도 "위장사퇴 쇼"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윤심'을 확인한 당 주류는 '이준석 복귀를 통한 더 이상의 갈등은 막겠다'며 당대표 축출에 속도를 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누적된 앙금도 한몫 했다.
 
반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절차적 하자도 하나둘 제거했다. 5일 열린 상임전국위에서는 당이 처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최종 유권해석을 내렸다. 비대위 출범 요건 중 하나인 '당대표 궐위'가 앞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자연스럽게 '사고'로 규정되며 뒤집지 못하게 되자, 남은 요건인 '비상상황'을 들고 나왔다. 이어 당헌 96조(비상대책위원회) 개정에도 나섰다. 당헌 개정의 핵심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 국한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으로까지 넓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대표 직무대행 권한'으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맞불로 제기된 조해진·하태경 의원의 당헌 개정안은 부결됐다. 앞서 두 사람은 비대위가 이 대표의 당대표 직무 복귀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대표의 당대표 복귀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였다.
 
최종 관문은 전국위로, 서병수 전국위 의장은 이날 상임전국위 직후 공고를 통해 오는 9일 오전 9시 전국위를 소집했다. 전국위는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ARS 찬반 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최종 의결된다. 이날 비대위원장 임명으로 비대위 출범이 결정되면 이 대표는 그 즉시 해임된다. 현행 당헌 96조 5항은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되며, 비대위는 최고위 기능을 수행하고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준석 체제의 종식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의 징검자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대표도 가만 있지만은 않았다. 특유의 돌직구 독설을 쏟아내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맞섰다. 윤리위 징계 직후만 해도 현안에 대한 말을 아끼며 전국을 돌며 청년당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온라인 당원가입도 독려하며 차후를 대비했다. 하지만 "내부총질" 문자 유출 파문으로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양두구육" 표현을 써가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강하게 비난한 이 대표는 5일 상임전국위 소집을 앞두고는 "오늘 당이 '비상상황'인지 표결한다는데, 현재 당의 최고위 구성원은 누구냐. 직무대행인 원내대표는 사퇴했나. 최고위원은 몇 명이 사퇴한 상태인가"라며 그간의 오락가락 혼선을 따졌다. 그러면서 "정작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비상이라는 코미디를 오늘 목격하게 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는 9일 온라인으로 전국위를 개최, ARS로 전국위원들에게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당 방침과 관련해서는 "사람들 일정 맞춰서 과반 소집해서 과반 의결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 전국위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고 한다"며 "코로나19로 집합금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ARS 전국위까지 하느냐"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공부모임한다고 국회에 수십, 수백명씩 모이다가 전국위는 ARS로 해야하는 이유는 또 뭐냐"고 따져 물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난의 화룡점정은 장제원 의원에 찍혔다. 이미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감정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악화될 만큼 악화된 상태였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겨냥해 "윤핵관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던 삼성가노(三姓家奴) 아니냐"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사람이 영달을 누리고자 하니 모든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서 삼성가노는 <삼국지>에서 여포가 생부, 정원, 동탁 등 세 아버지를 섬긴 걸 장비가 조롱했던 말로, '성이 세 개인 종놈'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 비유대로라면 장 의원은 유승민, 반기문, 홍준표 세 명의 아버지를 둔 근본 없는 종놈이 된다.
 
그러는 사이 여권의 몰락은 더욱 빨라졌다.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4%를 기록,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당 지지율은 34%를 기록하며 39%의 민주당에 새정부 출범 이후 첫 역전을 허용했다. 같은 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47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3.9%포인트 하락한 32.1%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3.8%포인트 상승한 65.8%로 조사됐다. 특히 부정평가 중에서도 국민 절반이 넘는 55.9%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며 극단적 부정평가를 내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자 그간 이 대표 편을 들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대표가 밖에서 당과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양상은 꼭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를 연상시킨다"며 "여태 이 대표 입장에서 중재를 해보려고 여러 갈래로 노력했으나 최근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고 사실상 손절을 선언했다. 이 대표 편에 서며 최고위원직을 지켰던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도 비대위가 출범하면 지도부 자격을 잃게 된다. 하태경·조해진·최재형 의원 등이 그나마 봉합을 시도했으나 소수라는 현실적 한계에 좌절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끝없는 법적 분쟁으로 내모는 파국의 길이 아닌 이 대표의 복귀를 보장하는 상생안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좌절됐다"고 적었다. '수습'이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대표가 '당대표 지위 박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파국'은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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