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칩(Chip) 4' 예비회의에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그치고 향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등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급망의 다원화 및 중복은 필수 사안이라는 조언이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8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발간하고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KIEP는 "현재 미국은 자국 주도 하에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와 제품 기술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 공정 기술이 강한 한국 및 대만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립, 검사 및 생산의 비교우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을 대체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 법안은 반도체를 포함해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각종 조사나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에 있어서도 동맹국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수요는 높으나 공급망과 관련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IEP는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반도체 소비 시장 역할을 할 뿐, 제조와 관련된 모든 핵심 기술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5%만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공급망상 조립·테스트·패키징 부문에서 제한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KIEP는 "중국은 반도체 수입의존도와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나,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 수출 통제, 투자 제재, 금융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미국은 10나노(nm) 미만의 첨단산업에 대해 대중 반도체 산업을 제재하고 있다. 그 이상의 제품은 범용기술로 간주, 이에 해당되는 미국 제품의 대중 수출은 허가하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원천기술의 미확보로 인해 반도체 소부장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큰 리스크"라며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 강화를 위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 구조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IEP는 "반도체 핵심기술 보유 선진국의 자국 반도체 기술 통제와 독점적인 기술 보유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및 동맹국 간 공급망 구조 강화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러한 요인들로 우리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전환 시대에 직면해 있고 공급망의 다원화 및 중복은 필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 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칩 4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3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일본·대만 정부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다.
반도체 설계(미국)와 위탁생산(한국·대만), 소재(일본) 분야에서 각각 강점이 있는 네 나라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형곤 KIEP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각 국가가 특화된 역할들을 해서 협력하는 구조는 상당히 바람직한 부분들이라고 보고 앞으로의 방향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아니라도 팬데믹 같은 현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은 8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발간하고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