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장관 사퇴…'만 5세 입학' 개편안 동력 상실(종합)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 빠져
교육부, '출구 전략' 모색 뒤 폐기 수순 관측
교육계 "초등 입학 연령 하향, 당장 철회해야"

입력 : 2022-08-08 오후 6:01:5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이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을 당장 폐기하지는 않더라도 교육부 장관 사퇴까지 이어질 정도로 반발이 큰 만큼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부총리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건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부총리 겸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취임 전부터 여러 의혹에 시달린 박 장관이지만 사퇴에 결정타를 날린 건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학부모와 교육계는 정책 발표 후 만 5세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졸속 정책에 불과하다며 박 장관 사퇴를 압박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오는 9일 국회 상임위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관련 내용이 빠졌다. 교육부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낸 자료를 보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내용 대신 '초등전일제 학교'와 '초등 돌봄 서비스 확대' 관련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는 통상 정부 부처가 대통령실과 조율해 확정한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요 추진과제로 정해졌던 내용이 빠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교육부는 만 5세 취학 관련 정책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 자료 내용이 당초 대통령 업무보고와 달리 축약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만 5세 초등 입학은)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교육부가 이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책을 유지하기에는 박 장관 사퇴까지 이어질 만큼 사회 각계각층의 저항이 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정책 유지 시 교육계의 저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장관 사퇴 후 교육 관련 단체들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학제개편안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만5세 초등 입학, 외고 폐지 등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의 중심 역할을 했던 박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원동력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권 교체 후 정부가 내놓은 굵직한 교육 정책인 만큼 일단 출구 전략을 모색한 뒤 철회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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