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시가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고 10년 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0일 밝혔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건립 등과 함께 총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30년 빈도·95mm 기준인 시간당 빗물 처리용량은 최소 50년 빈도·100mm, 항아리지형인 강남의 경우 100년 빈도·110mm를 감당할 수 있도록 상향한다.
우선 1단계로 이번 침수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 도림천과 광화문지역은 2027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강남역 일대는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집중호우 등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3500억원을 투입해 당초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계획을 복원하는 치수 대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도림천 지역의 저수·통수 능력을 늘리기 위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에도 3000억원을 투입한다. 관악·동작·구로·영등포구를 흐르는 도림천의 경우 하천의 월류로 인해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했다. C자형 관로에서 관로를 하나 더하는 정도로 그쳤던 광화문에는 대심도빗물저류배수시설 계획을 추진한다.
2단계 사업은 동작구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에는 관련 연계사업이나 도시개발 진행에 맞춰 2030년까지 완료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는 해당 대책의 구체적인 실행 준비를 위해 재난기금 등 관련 재원을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 6개 지역에 대한 실태와 여건, 설치 방법과 규모 등 방향 설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반기에 추진하고 2023년 예산에 설계비 등을 반영할 방침이다.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한 대심도 터널공사는 필요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국비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1년 7월 우면산 일대 폭우 사태 이후, 침수취약지역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확충을 포함해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10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장기적으로는 17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천구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한 곳 완료에 그쳤다. 이로 인해 시간당 95~100mm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톤 규모의 저류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지역의 경우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지역의 경우 시간당 처리능력이 85mm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졌다.
지난 8일부터 서울지역에는 524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강남지역의 경우 시간당 116mm로 15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는 기록적인 폭우 현상이 나타났다. 이 사태로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는 물론 2963가구의 침수와 303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심도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은 이번 폭우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기록적 폭우에 따른 피해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치수에 대한 단편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침수피해가 반복될 때마다 이루어지는 사후복구 보다는 사전예방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침수피해 가정과 상가 원상복구를 위한 지원과 도로, 하천의 긴급복구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새마을 지도자들이 수해복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