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경찰국장, '프락치' 의혹에 "아무 말 없더니 갑자기…의도 의심"

"경찰국장 되니 갖은 억측과 의혹 제기…제게만 가혹하게 무차별적으로"
'경찰 발탁' 특채 사유로 '오랜 주사파 활동' 꼽아…이후 대공경찰 활약

입력 : 2022-08-11 오전 11:10:35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경찰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노동운동 동지들을 밀고하고 경찰에 특채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프락치'(밀정) 논란에 대해 "제가 총경 때도 그랬었고 경무관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경찰국장이 되니까 이제 갖은 억측과 의혹을 제기하면서 (밀고 또는 밀정)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1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 보도에)일단 나온 것 중에서 제가 강제징집이 됐다는 것, 그 다음에 녹화사업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전역 후에 부천지역의 노동 현장에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을 했다는 것, 이게 팩트"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프레임을 씌운 분들이 그 프레임을 입증하고 설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또 "저에게 프레임 씌우는 분들이 군 복무 시절에 녹화사업을 직접 기획했던 분도 있고 프락치 정황을 의심 받으면서도 아직 건재하신 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냐. 이렇게 저에게만 매섭게 가혹하게 무차별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지, 너무나 형평에 맞지 않는 거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강하게 토로했다.
 
앞서 김 국장은 1989년 인노회 활동을 하다가 돌연 자취를 감춘 뒤 인노위 소속 인사들이 차례로 구속됐고, 이후 김 국장이 특채로 경찰에 발탁되면서 그 배경에 의심이 제기됐다. 당시 인노회 활동가들은 정황상 김 국장이 동료들의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공로로 경찰에 특채 임용됐다는 강한 의구심을 전했다. 그는 대공 경찰로 활약했다. 
 
김 국장은 자신의 특채 사유에 대해 "전문지식이 있는 자로 해당되어져서 특채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사파로 오래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사파가 되기까지는 주체사장에 대한 학습, 또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대한 학습,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라며 "또 러시아 혁명을 성공한 레닌의 혁명론, 이런 것들에 대한 공산주의 혁명 이론에 대한 학습들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런 식이라고 한다면 당시에 운동권 서클에 가입을 해서 이념교육을 받았던 분들은 본인이 마음만 먹었으면 전문지식이 인정돼서 다 경찰이 될 수 있었다는 가설로 성립된다'고 지적하자, 김 국장은 "그건 채용을 하는 기관에서 평가하는 문제"라고 했다.
 
김 국장은 또 인노회를 탈퇴하고 자수해 경찰로 특채된 것과 관련해, 면책 부분은 본인이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진행자가 '당시 인노회 가운데 부천지역 책임자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자수만으로 형사면책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자, 김 국장은 "저를 채용을 하겠다, 특채를 하겠다 등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은 든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인노회 사건 수사 담당자였던 홍승상 당시 내부부 치안본부 대공3부 소속 경감이 자신의 특채를 담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그분께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다"며 "곧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홍 전 경감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노회 사건 당시 김 국장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선 "사실과 전혀 관계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차려진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한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순호 경찰국장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순호 국장과 1986년 노동운동, 1988~1989년 인노회 활동을 같이 한 성균관대 81학번 동문들에 따르면 김 국장은 1988년 김봉진이란 가명으로 인노회에 가입해 부천 지구위원장까지 지냈다. 1989년 1월부터 인노회는 이적단체로 몰리면서 탄압을 받았고, 관련자들이 경찰의 수사를 받아 구속되기 시작했다. 이후 주요 활동가들이 같은 해 6월에 기소되면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
 
성균관대 81학번 동문들은 김 국장을 '프락치'로 의심할 만한 배경에 대해 "김순호가 사라진 후 1989년 4월 중순쯤 이후 인노회 회원들이 연행돼서 구속되기 시작했고, (김순호는)사라진 지 4개월 만에 대공 경찰이 돼서 나타났다"며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김 국장이 인노회 활동 전에 이미 프락치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김 국장은 자신을 둘러싼 프락치 의혹과 관련해 인노회 회원들이 잡혀간 뒤 경찰에 찾아가 자백했을 뿐이고 경찰에서 인노회 회원들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제기된 특채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부인으로 일관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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