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대표적인 주민 기피시설인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해외 유명시설처럼 랜드마크로 조성해 2026년까지 건립한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서 내달 중 부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17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자원회수시시설을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이르면 내달 안에 부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 서울에 있는 양천·노원·강남·마포 등 4개 광역 자원회수시설에서 하루 약 2200톤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있지만, 매일 쏟아지는 3200톤의 생활폐기물을 감당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루 900톤 가량이 수도권매립지로 향하지만, 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직매립 용량이 소화 가능하도록 일일 소각량 1000톤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기피시설이 아닌 기대시설로 조성하기 위해 디자인·친환경·콘텐츠·인센티브 등의 측면에서 매력적인 지역명소로 만들어 지역 발전을 이끌 계획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자원회수시설을 지역의 명소로 만든 사례가 여러 곳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시설 상부에 스키장을 만들고 벽면에는 암벽장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2021년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슈피텔라우’와 일본 ‘마이시마’ 소각시설은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 바서가 디자인해 놀이공원 같은 독특한 외관으로 지역주민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문제는 부지 선정 이후의 주민 반발이다. 자원회수시설이 대표적인 주민 기피시설로 꼽히며 강동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는 입지 반대를 위한 주민 단체행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의 서울시 공모에서도 25개 자치구 가운데서도 유치 희망 자치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는 DDP, 롯데타원, 세빛섬 못지 않은 창의적인 디자인 적용과 100% 지하화 후 지상에 복합문화시설 건립, 최첨단 친환경 운영 등을 약속했다.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복합문화시설 건립과 별도로 1000억원을 투입해 주민편익시설을 만들고 연간 100억원 규모의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현재 입지선정위원회는 각 자치구별 1개 이상 모두 36개 후보지를 발굴해 검토 중이다. 이 중 현 자원회수시설 입지 여부, 주거지역 인접 정도 등을 고려해 5개 후보지로 압축한 후 내달 추석을 전후해 최종 1곳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1곳이 발표된 후에도 주민 협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미룰 수 없는 만큼 주민 소통과 건립 추진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유 본부장은 “복수 후보를 발표한다거나 플랜B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후보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최대한 소통하면서 접점을 찾아 속도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26년까지 건립될 서울시 신규 자원회수시설 예상 이미지.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