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6명의 사상자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서울시가 '등록말소' 수준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사고 근절을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는 현산에 대해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는 지난 1월 현산이 시공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면서 노동자 6명이 숨진 사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 사고 원인은 시공 방법 임의 변경,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품질 불량 등 복합적 과실로 드러났다.
단체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하고 나선는 이유는 서울시가 또다시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월 9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사고 건설사인 현산에 영업정지 1년4개월을 처분했다. 이 중 절반인 8개월은 부실시공, 나머지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처분이었다.
그러나 현산은 부실시공 혐의에 따른 영업정지 8개월에 대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했다. 결국 실질적으로 현산이 받은 처분은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으로 받은 영업정지 8개월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 건산법 시행령에 따른 현산의 요청으로 4억여원의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건산법 82조 2항은 건설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영업정지를 당했더라도 건설사 요청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이 영업정지처분 대신 위반 공사 도급금액의 100분의 3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결국 서울시가 등록말소 처분을 하지 않는 한 현산은 과징금 납부만으로 면책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 위반 업자가 자기 입맛에 맞는 처분을 선택하는 셈이다. 행정처분은 형사벌과 다르기 때문이다.
홍순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광주 학동 사고 이후 화정동 아파트 사고는 불과 9개월 만에 일어났지만 영업정지 행정처분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진 것이 기업들에게 어떠한 생각을 갖게하겠느냐"며 "서울시는 제대로 된 처벌을 통해 더 이상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3월 국토부는 현산에 대해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영업정지 4개월 처분을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6개월 안에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현산 측과 외부 주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실시공과 중대재해 적용 문제와 관련한 청문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청문 결과를 토대로 내달 현산에 최종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경실련과 전국건설기업노조가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현산에 대한 서울시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