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로 높였다.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이 지난달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인상 배경을 밝혔다.
앞으로도 경기 하방 불확실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결정 등을 고려하며 0.25%포인트씩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이 총재 설명이다.
이창용 총재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빅 스텝(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당분간 0.25%포인트 올리는 것이 기조이고, 그 외 충격이 오면 빅 스텝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템포로 인상이 추진되면 국내 기준금리는 연내 2.75~3% 수준까지 도달할 전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관련해서는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환율 상승이 외환 시장 유동성 문제나 신용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때문에 1997년이나 2008년 사태가 반복할 것으로 우려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국가의 환율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1997년, 2008년처럼 순채무국이 아니고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150%의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은 신흥국들의 이야기"라며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고, 전 세계적 강달러 상황에서 통화스와프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정점은 지난달 예상했던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까지의 기간보다는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점은 7월(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을 지난 후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5.9%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정점에 상관없이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