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절반가량이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의견은 40.9%로 나타났다. 다만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은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다르게 바라봤다. 진보층 67.8%, 민주당 지지층 77.2%가 "정치적 탄압"이라는 의견을 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8%가 "혐의에 대한 정당한 경찰 수사"라고 평가했다. 40.9%는 "정치적 탄압 목적의 수사"라고 의심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8.3%였다. 다른 문항을 통해 질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평가('정당한 수사' 45.6% 대 '정치적 목적' 42.7%)보다 김씨 혐의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김씨는 지난 23일 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찰은 다음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사무관으로 근무했던 배모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인 다음달 9일을 앞두고 지금까지 이뤄진 조사를 토대로 김씨의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배씨는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을 시작으로 성남시청, 경기도청에서 일하며 김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 인사다. 이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로 언론에 제보한 공익신고자 전 경기도청 직원 A씨에게 법인카드 결제를 지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카드 쪼개기, 카드 바꿔치기 등의 의혹도 더해졌다. 음식 배달 등 김씨의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 불법으로 김씨의 호르몬제를 대리 처방받게 하는가 하면 이 의원과 김씨 아들의 입퇴원 과정에서 관용차를 사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부하 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 하고,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면서도 김씨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 60대 이상에서는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40대에서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40대는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다. 20대 '정당한 수사' 50.3% 대 '정치적 탄압' 34.4%, 30대 '정당한 수사' 62.6% 대 '정치적 탄압' 31.3%, 60대 이상 '정당한 수사' 56.2% 대 '정치적 탄압' 32.8%로 조사됐다. 특히 30대에서는 '정당한 수사'라는 평가가 60%를 상회했다. 반면 40대에서는 '정당한 수사' 38.4% 대 '정치적 탄압' 58.6%로, 정반대의 여론을 보였다. 50대의 경우 '정당한 수사' 46.1% 대 '정치적 탄압' 49.6%로, 오차범위 내에서 두 의견이 팽팽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절반 이상이 "정당한 수사"라고 바라봤다. 서울 '정당한 수사' 58.4% 대 '정치적 탄압' 34.8%였으며, 이 의원의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인천에서도 50.5%가 '정당한 수사'라고 받아들였다. '정치적 탄압'은 41.9%였다. 영남에서도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으며 높게 나왔다. 대구·경북 '정당한 수사' 60.9% 대 '정치적 탄압' 32.1%, 부산·울산·경남 '정당한 수사' 56.8% 대 '정치적 탄압' 34.4%였다. 반면 대전·충청·세종 '정당한 수사' 37.4% 대 '정치적 탄압' 49.9%, 광주·전라 '정당한 수사' 33.5% 대 '정치적 탄압' 54.7%로, "정치적 탄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강했다. 강원·제주의 경우, '정당한 수사' 47.8% 대 '정치적 탄압' 50.0%로, 오차범위 안에서 의견이 갈렸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중도층에서는 '정당한 수사' 46.2% 대 '정치적 탄압' 41.4%로, 오차범위 안에서 '정당한 수사'라는 평가가 앞섰다. 보수층 '정당한 수사' 79.8% 대 '정치적 탄압' 14.5%, 진보층 '정당한 수사' 25.5% 대 '정치적 탄압' 67.8%로, 진영별로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 '정당한 수사' 92.3% 대 '정치적 탄압' 3.8%, 민주당 지지층 '정당한 수사' 15.9% 대 '정치적 탄압' 77.2%로, 역시 의견이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4.0%다. 5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