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당헌 80조 후폭풍…친명 대 반명 계파전쟁 재개

비대위, 당헌 80조 개정안 재상정…당무위 통과로 공은 다시 중앙위로

입력 : 2022-08-25 오후 5:16:07
이재명, 박용진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 출연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당헌 개정 불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논란이 됐던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당헌 신설의 경우 중앙위원회 부결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비상대책위원회는 절충안으로 제시했던 당헌 80조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박용진 당대표 후보는 당헌 80조 개정안에 대한 숙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오프라인으로 중앙위원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당헌 80조 개정안은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기존 온라인 찬반투표를 고집했다.
 
민주당 당무위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당헌 80조 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무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중앙위 부결 이후에 '권리당원 전원투표' 조항을 드러내고 나머지 개정의 건에 대해서 당헌 개정의 건으로 해 당무위에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중앙위는 전날 당헌 개정안 모두를 부결시켰다. 먼저 '권리당원 전원투표' 신설안의 경우 당내 의원들조차 해당 내용을 몰랐다는 점을 고려해 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당헌이 신설될 경우 민주당의 최고의사결정 수단은 기존 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변경된다. 이재명계는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비명계는 이재명 의원 강성 지지층이 몰려있는 권리당원 표심이 과대해석돼 당심을 왜곡, '개딸 정당'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당헌 80조 개정의 경우 논란이 된 1항(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 조항)을 현행대로 두면서도 3항을 통해 구제 결정권한을 기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하는 비대위의 절충안에 반대했다. 이로써 당헌 개정 모두가 백지화됐다. 
 
비대위는 자신들이 제시했던 절충안을 재상정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중앙위에서 부결된 이후 비대위와 논의한 결과  비대위 절충안을 당무위에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절충안은 당헌 80조 1항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3항에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가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윤리심판원의 경우 외부 인사가 포함돼 당과 일정 수준의 거리를 두는 ‘독립적 기구’인 반면 당무위는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포함돼 있어 정무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특히 비대위는 비명계 측에서 반대하는 ‘기소시 당직 정지’를 그대로 유지하되, 친명(친이재명)계가 억울함이 없도록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에서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구제 방안도 살려 양측의 입장을 절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명계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중앙위의 부결로 당헌 개정 논란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찬반 토론과 숙의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던 제 판단은 어제 하루로 끝난 것 같아 아쉽다”며 비대위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박 후보는 중앙위에서 부결됐음에도 다음날 곧바로 재상정한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을 재상정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당규상 중앙위는 소집 5일 전까지 공고해야 하는데 이 절차 또한 무시됐다는 지적을 더했다. 박 후보는 “(의원총회에서)부결된 전체 안건이 일부 수정만 해서 올라오는 것이 자의적이지 않느냐는 우려의 말씀을 드렸다”며 “찬반 토론이 가능하게 중앙위를 ‘대면 중앙위’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신 대변인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회기와 관련해서는 중앙위가 끝나면 한 회기가 끝나고 또 다른 회기가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면서 "같은 회기에 동일한 원안이 상정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중앙위 소집 5일 전 공고 등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긴급을 요하는 경우 당무위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현 지도부가 마무리하고 간다는 것에 대해서 당무위에서 이견 없이 모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반박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후보가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부에서 개정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자 “비대위가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중앙위 소집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신 대변인은 “아직 코로나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되, 중앙위원들이 투표에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대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대위가 당헌 80조 개정안을 다시 당무위에 상정하면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립 또한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이다. 친명계에서는 그간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검찰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꼴이라고 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리로 개정을 반대했다. 정치탄압 등의 이유로 당무위에서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대목도 재차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비명계에서는 당무위가 사실상의 지도부 우군으로 구성되는 만큼 ‘셀프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자 친명계는 당무위에 비명계를 대거 투입시켜 균형점을 맞춘다면 편향된 판단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무위의 절충안이 꼼수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도 많다”면서 “당무위는 비대위원장 혹은 당대표가 의장으로, 그 사람이 키를 쥐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경 친명계인 정청래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절차(당헌 80조 개정안 재상정)를 밟는 것이 이 후보가 지시한 것인가”라며 “비대위에서 하는 일로, 이 후보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했다. 
 
당헌 80조 개정안이 당무위를 통과하면서 이제 공은 다시 중앙위로 넘어갔다. 중앙위는 오는 26일 오전에 찬반투표를 열고 심의·의결할 방침이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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