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제정에 따른 국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원팀'으로 대응한다. 미국 측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우선시하되, 최후의 수단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어 미국 IRA와 반도체지원법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IRA에 서명했다. IRA에서 규정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다. 이는 올해부터 당장 적용된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이 IRA의 혜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내년부터는 배터리 부품 조달비율과 광물 조달비율도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미에서 최종조립을 한 차량이라도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2023년 1월 1일부터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라는 기본 요건에 리튬·코발트 등 광물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 조달 비율은 2027년 8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배터리 부품 조달비율도 북미 지역에서 50%를 채워야 한다. 미국은 이 비율을 2029년까지 100%로 상향할 계획이다.
북미 최종 조립과 배터리 광물·부품 조달 비율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1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생산에서 주요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리튬 58%, 코발트 64%, 흑연 70% 등이다.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규모를 지원하는 법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이 재정 지원과 투자세액공제를 받으려면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서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됐다.
이창양 장관은 "최근 미국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첨단 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나 가드레일 조항 및 전기차 보조금 요건 등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특히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 독일, 일본 등의 우려가 큰 만큼, 민관이 상시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WTO와 한미FTA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미국 측에 우려를 표하는 등 협의에 나섰다.
정대진 산업부 차관보는 전날 "대화를 통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그게 안 됐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제소 등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며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업계 차원의 대응책 모색과 함께 독일·일본·EU 등 유사한 입장에 처한 국가와 공조할 방법도 강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해 민관이 수시 소통하는 합동 대응반을 구성해 업종별 검토, 통상규범 검토, 대미 아웃리치 및 주요국 동향 모니터링 등에 대해 원팀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어 미국 IRA와 반도체지원법에 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아이오닉5 생산라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