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유치장에 입감시켜 놓고 영장 없이 긴급 압수한 휴대폰에서 범죄의 증거를 확보했다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더라도 그 증거는 법정에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3억 6400여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엑셀파일 출력물과 검사가 이를 복사해 제출한 증거는 경찰이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위법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설령 사후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위법성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얻은 증거물에 관한 압수절차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은 참여권 보장과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으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출장안마 광고를 인터넷에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손님들로부터 돈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지난해 4월 A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했고 A씨를 유치장에 입감한 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도중 성매매 영업 매출 등이 담긴 엑셀파일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엑셀을 별도의 저장매체에 복사해둔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A씨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하면서 경찰이 확보한 엑셀 출력물을 공판에서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A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억6400여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항소했으나 결론은 같았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