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완성차 업계가 대내외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추투(추계 투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완성차 맏형 격인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끝내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도 똑같이 타결되는 듯 했으나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기아(000270) 노조는 지난 19일 유권자 약 2만8200명 중 약 2만4200명이 참여한 투쟁행위 찬반투표에서 89.4%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이어 22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 쟁의권을 확보했다.
기아 노사는 최근까지 진행된 다섯번의 본교섭에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애당초 기아는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하면서 무난한 합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 채용 및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성과금 전년도 영업이익 30%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공장에 마련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임단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완성차 업체노조가 고용 안정을 이유로 전기차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하면서다.
한국지엠 역시 전기차 생산 물량 배정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치열하다. 노조는 오는 11월 가동을 멈추는 부평2공장에 장기적으로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 시키면서 상황은 더욱 극에 치닫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모델에만 최대 7000달러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처럼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졌지만, 그럼에도 일감을 달라는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노조의 추투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파업은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맏형 격인 현대차가 무분규 타결을 이룬 만큼 다른 완성차 업계의 파업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