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로 판결로 비상상황에 직면한 국민의힘은 격론 끝에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대위를 구성키로 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에 대한 발언에 강력히 규탄 경고하며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4시 10분쯤 국회에서 비공개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5시간이 넘게 마라톤회의를 이어간 끝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은 현재 당의 상황이 중대한 비상사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조속한 안정을 위해 네 가지 사안을 결의했다"며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국민의힘은 "초유의 사태로 인한 당헌 당규 입법 미비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당헌 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인해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원회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문제점 해결을 위해 관련 당헌 당규를 정비한 후 새로운 비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부연했다.
양 원내대변인은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개고기·양두구육·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 경고한다"며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함에도 이 대표는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당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른 조치는 취하되 이의 신청 및 항고 등 이 절차를 밟아 나갈 예정이다. 또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책임론이 제기된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의총을 재소집해 의원들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한편 이 대표 측은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할 경우 비대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추가 신청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박 원내대변인은 "현재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한다라면은 지금 법원의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아마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관련 당헌 당규를 개정해서 그래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 내에서 권 원내대표 사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묻자 "이러한 지금 상황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라는 그런 주장들이 있었다"며 "권 원내대표는 이 사태를 수습한 후에 의원총회 논의에 따라서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에 원내대표가 지금 사퇴를 한다면 새로운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전혀 추진을 할 사람이 없게 되는 상황이 된다"고 부연했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 부분까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당헌 당규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해야 될지를 좀 더 논의를 해봐야된다"고 답했다.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서는 "다음 주 초쯤에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서 의원들과 논의를 하는 걸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전국위원회가 비대위를 만들면서 최고위원회는 해산된 상태이다. 거기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새 비대위가 꾸려지면 거기서도 위원장을 맡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건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전날 법원이 이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됐지만 비대위원들의 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대리인인 황정근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 검토 및 현황 분석'이라는 문건에서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결정만으로는 비대위원회가 바로 해산되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 직무대행이 될 뿐"이라며 "향후 비상대책위원 8인에 대한 별도의 직무집행정지가 되지 않는 이상 비대위원 8인의 법적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