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티칸 '평화달리기'②)독도아리랑

입력 : 2022-08-31 오전 6:00:00
울릉도에서 맞는 일출은 장관이었다. 
 
동해의 푸른 바다는 먼 길 떠나는 사람의 설레임 정도로만 일렁였다. 울릉도에서 뱃길 따라 약 1시간 반, 드디어 독도가 선창 너머 시선에 들어온다. 작은 바위섬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 동도와 서도가 마치 서로 그리워하는 사이처럼 바다에 떠있는 작은 조형물 같았다. 우리 겨레가 늘 이곳을 생각하며 결의를 다지던 곳이라 먼 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떠나는 사람의 결의를 다지기에는 딱 맞는 장소이지 싶었다. 하늘이 돕고, 바람이 돕고, 용왕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독도에 무사히 접안할 수 있어 다행이다.
 
독도는 바다 속에 끓는 무언가가 있어 이렇게 솟아올라 우리 땅이 되었다. 나도 지금 내 속에 끓는 무언가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용솟음쳐 오르는 것을 자꾸 억누르려고만 했었다. 보라! 작은 용솟음이 우리의 해양 영토를 얼마나 넓혀주었나! 독도에 선 나의 시선은 대마도가 어디쯤인가 가늠해본다.
 
독도에 배가 입항하자마자 모델들은 한드레시아 이남옥 디자이너의 한복 드레스를 입고 사뿐사뿐 내려 푸른 바다와 독도를 무대로 즉흥 패션쇼를 펼쳤다. 독도는 순식간에 예술의 공간이 되고, 평화의 공간이 되어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린다. 마라톤에 평화가 더해지고 패션쇼가 더해지다니! 그야말로 복합 융합의 총체가 아닌가? 핸드폰에 컴퓨터 기능을 더하고 사진기 기능까지 더하니 스마트 폰이 되었다. 나의 '비빔밥 통일론'이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란 희망의 일출이 떠오르는 듯하다.
 
러일전쟁 때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아 가장 먼저 빼앗겼던 섬, 울릉도와 독도에서 특별히 평화 마라톤 출정식을 하는 것은 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바꾸어서 아시아의 지중해로 아시아의 세기를 열어젖힐 염원을 담아 달려가고자 하는 의미 때문이었다.
 
독도는 남자 몸의 젖꼭지처럼 전혀 필요 없어 보여도 꼭 필요한 무엇이다. 그런데 사실 바다 밑에 매장된 지하자원이라든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의 황금어장이라든가 군사적으로 따지면 크기는 작아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우리나라 지도의 완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남자의 젖꼭지가 필요 없어 보이지만 그것 없으면 남자들 웃통 벗으면 우스운 모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곳은 중요한 성감대이기도하다. “민감한데 건딜면 느그들 혼난데이!”
 
정진호 포항공대 교수는 한 때 평양과학기술대 설립부총장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의 이력은 분단 한국사에 아주 특별하다. 그는 또한 한동해포럼 회장으로 유라시아 원이스트 포럼의 한동해 지역 해양 생태계 환경 및 남북교류 정책과제 세미나가 울릉도 라페루즈 리조트에서 개최되었다. 한동해 포럼은, 동해는 한반도의 동해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동해임을 천명하며, 하나의 동해에서 남과 북이 만나서 상생과 평화경제를 이루어 우리 민족이 아시럽으로 펼쳐 나가는 미래 비전을 가진 단체이다. 
 
동시에 나의 울릉도, 독도에서 먼 길 떠나는 길을 환송식을 아름다운 정원에서 한복패션쇼가 펼쳐졌다. 프랑스 해군 장교이자 탐험가인 라페루즈 백작이 루이16세의 명을 받아 1785년 2척의 함선을 이끌고 우리나라 해안을 직접 탐험 한 후 서양에 처음으로 다즐렛(Dagelet)이란 명칭으로 울릉도를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는 송영길 전 대표가 멀리 서울에서 나의 먼 여행을 특별히 응원차 내려와 자리를 빛내주었다. 그는 나의 평화마라톤의 든든한 후원자 중의 한 사람이다. 나의 든든한 응원자 중의 한 사람이 정진호 교수이다.
 
동해가 미래의 지중해가 되는 꿈! 동해가 남과 북이 함께 뻗어 나가는 상생 경제의 바다가 되는 꿈! 이 꿈을 안고 바티칸까지 달려갈 것이다. 혼신의 힘을 쏟아 달려 갈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 달려갈 것이다.
 
간결하고 생생한 꿈을 꾸는 민족, 꿈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지혜와 역동성이 있는 민족, 뜨거운 가슴을 가진 민족만이 고난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찬란한 역사로 창조할 수 있다. 민족의 절실한 요구를 응시하면 통합의 구심력이 필요해진다. 난 그 구심력이 평화 통일이라고 보았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지난 25일 독도를 떠나 울릉도로 향하는 선상에서 평화의 상징 돌고래 '제돌이'가 그려진 캐릭터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달리기 추진위원회 오미령 회원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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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