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통풍 1차 치료제 사용후 약물 이상반응이 나타나기 상대적으로 쉬워 약 처방 전 유전자검사가 권장된다. (사진=GC녹십자의료재단)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여름철 갑작스러운 폭우로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요즘처럼 불쾌한 날씨에는 시원한 맥주와 탄산음료가 절로 생각나지만 자칫 통풍(痛風)에 노출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통풍. 이를 호소하는 국내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 환자 수는 2017년 39만5154명에서 지난해 49만2373명으로 5년 만에 24.6% 증가했다. 통풍은 주로 40대 이후 남성에게 빈발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잦은 음주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20~30대 발병률도 빠르게 늘고 있어 연령에 상관없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은 배설되지 못한 요산이 혈액 내에 과다하게 쌓여 요산염 결정을 생성, 조직에 침착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음식물 속에 포함된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을 대사하고 남은 산물을 뜻한다. 보통 요산은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되는데 배설되지 못하면 관절의 연골, 힘줄, 신장, 혈관 등에 쌓이게 된다. 이로 인해 혈중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요산혈증이 발생하게 되고, 우리 몸이 이를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해 공격하는 과정에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요산 배설을 방해하는 요인은 신장 질환이나 아스피린, 이뇨제 복용 등 다양하다. 최근 통풍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 지방이나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음식 섭취 등이 꼽힌다. 알코올이나 지방 및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에는 다량의 퓨린이 함유돼 있고, 고지방 음식은 요산 배설을 감소시키고 주류는 요산 생성증가 및 배설감소를 동시에 불러오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는 주류 중에서도 가장 많은 퓨린을 함유하고 있어 섭취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과당 함유량이 높은 탄산음료 및 과일 주스 섭취,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다 등에 의한 신장기능 저하, 기저질환자, 유전적인 요소 등도 통풍 위험 요인이다.
통풍의 증상은 △무증상 고요산혈증 △급성 통풍성 관절염 △간헐기 통풍 △만성 결절성 통풍 등의 4단계로 진행된다. 통풍의 초기 증상인 무증상 고요산혈증은 요산 수치만 높아지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통풍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통풍의 주요 증상으로는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 무릎 등에 갑작스러운 염증과 열감, 부어오름과 극심한 통증이다. △다친 적이 없으나 엄지발가락 등 관절이 빨갛거나 열이 나는 경우 △발적이 있는 관절을 눌렀을 때 통증을 견디기 힘들거나 걷기가 어려울 경우 △관절, 귀, 팔꿈치, 손가락, 힘줄에 결절이 있는 경우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통풍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관절 주위에 통풍 결절이 생길 수 있다. 통풍 결절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만성 관절 통증과 관절 조직의 손상, 변형까지 야기할 수 있다. 또 해가 갈수록 통증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관절 손상과 신장결석 등 만성 콩팥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통풍의 치료법은 질환의 진행 단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관절 통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염증을 줄이는 약물을, 안정기에 접어든 평상시에는 요산 수치를 억제해 고요산혈증과 급성 통증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알로퓨리놀(allopurinol)'이라는 약물을 사용해 혈중 요산농도를 정상화한다.
알로퓨리놀은 통풍 1차 치료제로 권장되나,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사용 후 중증피부약물이상반응(SCAR)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물에 대한 이상반응은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알로퓨리놀에 의한 SCAR의 발생은 HLA-B*5801 유전형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인의 HLA-B*5801 유전형의 비율은 약 12%로 서양인(1~6%)보다 높은 수준이다.
알로퓨리놀 약제를 투여하려는 통풍 환자라면 HLA-B*5801 유전형을 알아보고 알로퓨리놀 약물 관련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HLA-B*5801 유전자검사가 권장된다. HLA-B*5801 유전자검사는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를 시행하며, 보통 2주 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검사 방법에는 핵산증폭 및 염기서열분석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핵산증폭 검사는 지난해 8월1일부로 알로퓨리놀 약제 투여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서 최초 투여 전 1회에 한해 급여 인정이 되고 있다.
김수경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HLA-B*5801 양성인 환자의 경우 음성인 환자에 비해 높은 중증피부유해반응의 발생 위험도가 예상되므로 투여 전 HLA-B*5801 유전형을 먼저 확인하고 대체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