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1인 1민생입법 퍼포먼스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수해피해지원법, 보이스피싱방지법, 출산보육수당확대법 등 민생과 밀접한 22대 입법 과제를 채택했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당 내홍에 빠진 상황에서 민생에 집중, 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임 지도부가 들어선 만큼 '이재명의 민주당' 색깔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었다. 여야는 지난 19일 제400회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했다. 국회는 내달 1일부터 12월9일까지 총 100일간 열린다. 10월4일부터 24일까지는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이자, 국정감사다.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는 국정감사로, 통상 야당이 공세를 여당이 방어에 주력한다. 다만 국민의힘이 당 지도부 공백에 원내지도부마저 사퇴 압박에 직면하면서 얼마나 전열을 가다듬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서 “국민이 명령하는 바대로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며 “야당의 역할도 충실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폭주나 독선,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정기국회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 우선, 민생 제일'이라는 기조 하에 실용적 민생개혁을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과 당원들께서 기대하는 바가 너무 높고 거기에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흰색 상의를 맞춰 있고 ‘원팀’의 모습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에 몰두해 분열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국민의힘은 당 중앙윤리위가 이준석 대표를 징계한 이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이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으나, 법원의 제동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또 다시 원내대표 자격으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에 매진키로 했으나 반발 목소리도 여전하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키로 했다.
민주당은 ‘민생·민주·미래 100일 추진단’을 구성해 22개 민생입법 과제를 추진하겠다며 차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워크숍에서 △수해피해지원법 △보이스피싱방지법 △출산보육수당확대법 △서민주거안정법 △학자금부담완화법 △노랑봉투법 △청소년자립지원법 △청년구직활동지원법 △최소주거보장법 △중소기업 제값받기 교섭권 보장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타투합법화법 △기초연금확대법 △납품단가연동제도입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 △반값교통비지원법 △온전한손실보상법 △금리폭리방지법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법 △글로벌콘텐츠사 무임승차 근절법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쌀값정상화법 등 22대 입법과제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사전에 각 의원들에게 개혁과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수요조사 결과, 공통된 입법과제 22개를 뽑았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이 중에는 특진보진영에서 개혁입법 사항으로 요구하고 있는 입법도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노랑봉투법의 경우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막자는 취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손배·가압류에 맞서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에서 비롯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8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에 500억원대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윤석열정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원청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노동계는 원청의 손해배상이 노동3권 중 하나인 파업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랑봉투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워크숍 도중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부는 국정 전 분야에서 무능한 퇴행을 지속했다”며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어려움에 빠진 국민에 희망를 주기 위해 유능하고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런 각오를 ‘민생 제일, 국민 속의 민주당’이라는 슬로건에 축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여야 간의 대치도 때로는 불가피한데, 대치 전선을 민생입법 과제에서 만들겠다”며 “국회법이 정한 국회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임하겠지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과감한 결단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