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임시 안치된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을 직접 찾아와 조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장례식이 3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불행히도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다만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눈을 감은 병원을 사전에 찾아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페스코프 대변인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 여부에 대해서 "정확히 어떤 게 국장을 뜻하는지는 알아봐야 한다"며 "바로 이를 정확히 대답하긴 어려워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의장대를 비롯한 국장의 요소가 일부 포함될 것이고 국가가 장례식 준비를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2007년 보리스 옐친 전 소련 대통령이 국장으로 치러진 것과는 대조된다. 옐친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서 뒤를 이어 러시아 대통령이 된 푸틴은 장례식 당시 국가애도일로 선포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국장 여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가 옐친 전 대통령과 정치적인 라이벌 관계였기도 하지만, 많은 러시아 국민들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서방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냉전 종식을 이끌어내면서 미국, 유럽 등 자유 진영에서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등 급진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다 소련의 해체를 초래하면서 러시아의 경쟁력을 하락시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를 두고 "소련 해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으로 칭하고 있다.
한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모스크바 시내 중심부 건물인 ‘하우스 오브 유니언’의 필라홀에서 거행된다.
필라홀은 소련을 건국한 블라디미르 레닌부터 이오시프 스탈린,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등 ‘국가장’으로 치러진 역대 소련 서기장들의 시신이 마지막으로 대중에 공개된 곳이다.
이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노보데비치 공동묘지에 묻힌 부인 라이사 여사 곁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