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현대차(005380)그룹이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직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시장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생산계획을 앞당기고 생산 모델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 말고는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찾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번째 미국을 방문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약 2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 회장은 IRA 시행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위해 현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현지 차량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이오닉 5 미국 판매가격은 3만9950달러였지만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4만7450달러로 오른다. 테슬라 모델3가 4만6990달러로 이보다 비싸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대에서 올해 상반기 9%대로 급등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위 테슬라를 추격하는 상황에서 공든탑이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현지 딜러를 통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거나 금융을 활용한 프로모션 등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점을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0월로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 생산라인 일부를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재 현대차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1차종 정도를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며 "기존 케파(생산능력)가 꽉 차있어서 마냥 생산라인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모두 보상해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또 당장은 지급했다가 나중에 상황이 풀려서 중단하면 시장이 이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 시행된 만큼 실질적인 해법이 나오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벌써 아이오닉 5, EV6 미국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IRA에 특례조항을 넣기는 사실상 어렵고 유예라도 시키게 되면 불이익 받는 걸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