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휴대폰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130만원이 넘는 이른바 '울트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반면 중저가대 제품 판매고는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업무, 온라인 수업 등을 이유로 고사양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부진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1000달러(약 136만원) 이상 초고가폰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가 기준 400달러 이상 스마트폰의 ASP(평균 판매 가격)도 78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했다. 이는 역대 분기 기준 최고치다.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800달러 이상 제품 비중은 2019년 6%에서 2021년 13%로 크게 증가했다. 600달러 이상의 고가 기준으로도 14%에서 18%로 증가세다. 반면 300-599달러의 중가, 299달러 이하 저가 비중은 제품군별 감소 또는 유지되는 수준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 1위 애플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80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019년 76%에서 지난해에는 91%까지 늘어났다. 600달러 이상으로 가격 범위를 확대해도 애플의 점유율은 83%에 달한다.
애플은 오는 7일(현지시간)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폰 가격은 전작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는 최근 아이폰14 시리즈의 평균판매가격이 전작 대비 약 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005930)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4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로 애플(57%)에 이어 2위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성과는 갤럭시S22 울트라와 폴더블폰 덕분이다. 실제로 갤럭시S22 울트라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갤럭시Z플립4와 폴드4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집계된 '갤럭시Z플립4', '갤럭시Z폴드4'의 국내 사전예약 판매량은 100만대에 육박한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대 수치다. 상대적으로 폴더블폰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유럽에서도 갤럭시Z 플립4과 폴드4의 초기 출하량이 전작(갤럭시Z 플립3·폴드3) 대비 2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폴더블 4세대 신제품 출시 이후 적극적인 판매 프로모션이 예상되면서 올해 삼성 폴더블 출하량은 레거시(전작) 300만대, 신모델 1200만대 등 1500만대로 기대치를 소폭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소비 감소로 이어진 다른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의 진보 등으로 인한 '현재형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로 사람들이 대외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가처분 소득이 증가했고 이를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소비한 결과로 보인다"며 "또한 5G 대중화, 성능 중시 등 고기능폰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 상승 배경엔 중저가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중화권 업체들의 부진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3강 구도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2강 구도로 재편된 이후 중화권업체들의 화웨이의 빈자리를 꿰차는 듯 했으나 부품 조달 차질과 중국 수요 부진을 거치면서 다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8%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업체들은 자국 외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인도 정부에서 중국업체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샤오미는 탈세, 오포는 관세 위반, 비보는 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