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마포 광역자원회수시설 신규 건립을 반대하는 마포구민들이 현 시설에 들어오는 폐기물 반입 위반 차량 감시를 자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감시가 느슨한 새벽 시간대에 반입 차량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불침번을 서며 위반 차량을 잡아내는 등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설치 발표에 대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6일 '마포구 소각장 추가 설치 반대 투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12대의 차량 중 8대의 반입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1일부터 5일 동안 마포 소각장에서 반입이 거부된 쓰레기 용량은 누적 2700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일 동안 반입된 3000t의 쓰레기 중 약 90%가 반입이 거부된 것이다.
투쟁위는 서울시가 지난달 31일 상암동 부지를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후보지로 발표한 직후인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쓰레기 반입차량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입 규정을 위반해 시설 출입 정지를 통보 받은 차량은 누적 130대 중 118대에 달한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폐기물 반입 등에 관한 관리기준에 따르면 재활용 쓰레기 등이 혼합된 폐기물은 소각장에 들어올 수 없다. 이를 위반한 차량은 1회 적발 시 반입 정지 10일, 2회 적발 시 반입정지 30일 처분을 받게 된다.
그동안 위반 차량 감시는 마포구 주민 5명으로 구성된 유급 직원이 실시하고 있었다. 반입 차량 10대 중 1대를 무작위 검사하는 방식으로 위반 여부를 가려낸다. 현재는 마포 소각장 추가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반입 위반 차량을 조사 중이다. 이날까지 조사에 참여한 주민은 누적 300여명에 달한다.
투쟁위 측은 "주민들이 보통 자정부터 세 시간 정도 감시를 하는데, 차량들은 그 이후에 큰 트레일러에 쓰레기를 싣고 반입을 시작하고, 기존 유급직원들의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 주민들이 잠을 두 세시간 씩 자며 감시를 하고 있다"라며 "물리적인 충돌이 생길뻔한 상황도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감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이후에는 투쟁위의 반대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각장은 추석 당일인 10일과 전날인 9일에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쓰레기 반입도 멈추는데, 이 기간 동안 쌓인 쓰레기 반입 저지를 위해 11일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인원의 주민들이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이 날짜에는 주민 1만여명이 신규 소각장 설치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차량과 촛불을 동원한 준법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14일에는 주민 250여명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를 상대로 한 피켓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포구도 박강수 구청장을 주축으로 서울시에 소각장 건립 반대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재활용품이나 물기가 있는 쓰레기는 원래 반입이 안되는데, 주민들이 나서서 이를 더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라며 "시에서 잘못된 기준을 갖고 상암동 부지를 선정한 것에 대해 구는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해 전면 백지화 요구를 위한 방안을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를 지역구로 든 시의회·구의회 의원들도 상암동에 신규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은화 구의원은 직접 새벽 시간대에 반입 위반 차량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당적이 같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며 '시·구의원 패싱'을 문제 삼고 있어, 향후 당적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정진술 시의원(마포3)은 "서울시가 마포 시설을 현대·지하화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시간은 8월31일 오전 11시로, 시의회가 서울시로부터 건립계획 보고를 받은 시간은 11시40분"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구의원에게 사전협의와 보고는 전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광역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신규 부지.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