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하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비상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은 지 이틀 만에 특검법을 발의할 정도로 속전속결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고발도 진행키로 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를 '전쟁'으로 인식한, 맞불적 성격이 짙다.
민주당은 7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이번 특검법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했고,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지난달 발의된 김용민 의원의 발의안을 뼈대로 하되, 특검 수사대상을 △주가조작 의혹 △허위경력 의혹 △코바나콘텐츠 대표 재임 당시 미술 전시회 개최 과정에서 기업에서 뇌물성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구체화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인지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특검팀은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파견 공무원 40명 등 100여명 이내 규모로 활동하도록 했다. 전체 수사 인력 중 1/3 이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으로 구성토록 했다. 특검의 활동기간은 준비기간 20일, 본 수사기간 70일, 연장기간 30일 등 최장 120일로 정했다.
특히 특검 임명은 ‘민주당 단독 후보 추천권’을 명시했다. 대통령이 속하지 않는 교섭단체(민주당)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라는 것이다. 진성준 원내수석은 “대부분의 수사 인력이 현재의 검찰과 경찰에서 파견될 텐데, 그 경우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배우자를 겨냥한 특검인 만큼 공성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1야당인 민주당이 추천하는 특검 중에서 윤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민주당의 특검법 발의는 지난 5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지게 됐다. 민주당은 앞서 김용민 의원이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안을 발의하자, 부담감에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류가 바뀐 것은 검찰이 지난 1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환 통보를 하면서다. 야당 대표가 취임 직후 영수회담 등 민생을 위한 협치를 제안했지만 검찰이 이 대표 소환을 통보, 여야 간의 대치 국면을 ‘먼저’ 조성했다는 성토가 분출했다.
'정치보복', '정치탄압'의 전면전 선포로 받아들인 민주당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반환하게 될 대선 선거비용의 부담도 떠안게 됐다. 금액만 434억원에 달한다. 당내 이견도 잦아들었다. 조응천 의원 정도만이 '이재명의 늪'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지금은 공동의 적이 있는 상황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며 “당이 위기일 때는 일단 함께 뭉쳐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오는 9일 종료되는 만큼 민주당에서는 적어도 오는 8일에는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추석 민심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당에 비상상황실을 만들어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과는 별개로 김 여사를 염두에 둔 국정조사도 병행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의원 전원 명의로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특혜 의혹, 비선 수행 의혹 등 대통령실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김 여사의 보석류 대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추가 고발키로 하는 등 공세 수위도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토(NATO) 정상회담 당시 김 여사가 찼던 목걸리와 팔찌, 브로치 등이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인 500만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신고가 누락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리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구입한 금액이 재산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허위로 해명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조준한 조치들은 정국 대응용이자 여론전 용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재임기간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김건희 특검법' 또한 1차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 법사위원장은 여야 합의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정치적 타격을 목표로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