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①)'킹 달러'에 연일 우상향…1400원 앞둔 환율

이달 올 들어 처음으로 1380원 돌파
최근 2주 내 급격한 상승…미 연준 긴축 전망 강화 탓
국내 경제 펀더멘털 약해 타격 상대적으로 더 커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 결과에 따라 1450원까지도 열어둬야

입력 : 2022-09-13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우리 경기 침체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은 7월, 8월을 거쳐 이달까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최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망 강화로 '강 달러' 현상이 동반되며 불안 심리가 발동된 데 따른 결과다. 강 달러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 현상이라는 점에서,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 흐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특히 환율 상승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해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5%대가 넘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까지 더해져 각종 경제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올 들어 처음으로 1380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5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1384.2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1388.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1일(1392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은 지난 6월 23일 올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 주 1350원, 1360원을 차례로 넘은 이후 이번 주에는 5일 1370원, 7일 1380원까지 오르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이 급격히 가팔라지고 있다.
 
이 같은 환율 급등에는 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 통화 정책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등 글로벌 경제 위축 요인들이 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는 등 개입에 나섰지만 워낙 강 달러 기조가 강하다 보니 원화 약세를 꺾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현재 기준금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2.5%, 미국은 2.25~2.5%로 상단이 같은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미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담긴 발언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 물가 상승률이 심할 경우 단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와의 기준 금리 역전 수준은 더욱 확대된다.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무역수지는 이미 악화하는 흐름으로 접어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간 최대 적자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이 1년 새 6.6% 늘어난 566억7000만 달러였지만, 수입은 28.2% 증가한 661억5000만 달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반면 반도체 수출,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탓이 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악재를 방어할 만한 대안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불안 심리도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해 시장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당국은 환율이 1400원 선까지는 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까지는 나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다만 1400원이 넘으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다. 이 시점이면 환율 방어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단을 1400원대 중반 수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완만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원·달러 환율의 1450원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올 들어 처음으로 1380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5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1384.2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장중에는 1388.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사진은 연고점을 찍은 이달 7일 서울 한 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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