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원복' 동시 시행, 국민만 불안

개정 검찰청·형소법·시행령 동시 시행
법조계 "일선 혼선 불가피…피해는 국민 몫"
"수사에 대한 분쟁 이어질 수도"

입력 : 2022-09-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즉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제한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복원하는 내용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실상 충돌하는 법안과 시행령이 10일 동시에 시행됐다. 이에 따라 두 법령 사이의 법리상 충돌과 현장에서의 수사 혼선 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열고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사법 질서 저해 범죄 등은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규정하는 '검수완박법'의 문구가 모호한 것에서 비롯됐다. 법안 초안은 검사의 수사 범위를 2대범죄(부패·경제) '중'으로 제한했지만 최종안에선 2대 범죄 '등'으로 문구가 수정돼 수사 범위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검수완박법 통과를 주도했던 야권에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삼권분립의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식의 위법 시행령 통치라면 윤석열 정부 5년은 입법부도, 사법부도 필요 없이 폭주하는 행정부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법 내용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 시행령을 통해 이를 보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 개정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당분간 일선 현장에선 혼란이 있을 것이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인 조순열 변호사는 "실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당사자에 따라서 '검찰의 수사 권한이 법률에 없는데 위법한 시행령에 기초해 수사했다'며 불복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행령에 따라 확대된 수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재판이 이뤄졌을 때, 수사 절차가 무효라는 이유로 무죄가 날 위험성도 있는 등 혼선이 예상되고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는 경찰 측 입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행정안전부·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대해 "법 개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선 이른 우려라며 앞으로 차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리적 충돌로 인한 논란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건 상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기에 검찰 측도 시행령을 근거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기소 검사 분리를 위한 세부 운영 방안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하기도 했다. 개정 검찰청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소가 금지되는 '수사 참여 검사'의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법과 하부 법령이 괴리되는 상황에서의 공백과 충돌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는 별도로 검수완박법상 해결되지 않은 공백들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검수완박법이 통과할 당시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고소인만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핵심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성폭력 사건이나 권력 층이나 기업의 내부고발, 시민단체의 공익적 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하면 사실상 수사할 길이 차단된다. 경찰의 수사력을 신뢰한다고 해도, 완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태풍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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