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0일을 넘기면서 전세계 안보 불안이 무기 수출 시장을 달구고 있다. 국내 방산 업체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유럽 진출에 성공하며 장기 호황을 노리고 있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국방 예산 증가와 함께 무기 체계 수출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군사정보 분석 기관 IHS 제인스는 전세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0.7% 가량 늘어난 약 2조 달러로 추정한다. 전쟁에 따른 주요국 국방비 증액 영향이다.
방산업계는 전세계가 전시 대비 태세 중요성을 인식해 무기 구매를 늘릴 것으로 보고 종횡무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한화(000880)디펜스 등은 최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MSPO 전시회에서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국산 경공격기 FA-50. (사진=KAI)
KAI는 FA-50 경공격기 수출 목표 1000대 달성을 위해 분주히 날고 있다. 현재 유럽과 아프리카, 동남아, 미국, 남미, 호주 등 전세계 권역별 중점국가를 공략하고 있다. 주력인 FA-50 경공격기가 나토(NATO) 회원국이 운용 중인 F-16 전투기와 호환성이 높고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교육 훈련에도 최적화됐다고 자부한다.
가성비 마케팅은 유럽 첫 수출 성공으로 이어졌다. KAI는 최근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 기본 계약을 맺고 마무리 협상 단계에 들어섰다. 말레이시아 수출 협상도 한창이다. 현재까지 전세계에 납품·생산·계약된 T-50 계열 항공기(FA-50 포함)는 280여대에 달한다.
미국 해·공군 전술훈련기 사업을 위해 록히드마틴과의 협력도 강화했다. 500대 규모로 예상되는 이 사업에 성공하면 FA-50이 고등·전술입문·경공격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이집트 시장도 중요하다. 고등훈련기 잠재 소요가 100여대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기회가 크다. 이집트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2016년~2020년 세계 무기 수입 규모 3위(5.8%)에 올랐다.
한화(000880)도 방위산업 교통정리로 전사 역량을 한데 모으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한화 방산부문 인수와 자회사 한화디펜스 합병으로 2030년 ‘글로벌 디펜스 톱10’에 올라서려 한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최근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 사격지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3조2000억원 규모 기본계약을 맺었다. K9 자주포 수출 규모는 672문이다. 이후 2차 실행 계약도 앞두고 있어 현재 52% 수준인 K9 자주포 수출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K9 자주포는 지난 2001년부터 총 8개국에 수출됐다. 이 가운데 나토 회원국은 튀르키예(터키)와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다. 나머지는 인도, 핀란드, 호주, 이집트다.
내년 시작되는 영국 기동화력체계(MFP) 사업에는 완전 자동 탄약 장전 자동화포탑이 탑재된 K9A2 자주포를 앞세워 경쟁한다. 미국 사거리연장 자주포 사업에도 K9A2 핵심 기술을 제안하며 수출길 넓히기에 힘쓰고 있다.
폴란드 MSPO 2022 전시회에 전시된 K9자주포 모형. (사진=한화디펜스)
방산 수출은 한동안 부진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글로벌 방산수출 구조변화와 우리의 대응전략’을 보면, 한국의 총방산수출액은 2008년 4289억원에서 2016년 약 3조원 수준으로 뛰었다가 2017년 1조9000억원으로 내려가 반등하지 못했다.
반등 신호는 올해 1월 한국 업체들이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4조1800억원 규모 천궁 II 공급 계약으로 켜졌다.
LIG넥스원(079550)이 체계종합으로 약 2조6000억원을 계약했고 한화디펜스가 발사대,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체계를 맡았다.
회사별 수출 규모도 상승세다. KAI는 올해 1~2분기 완제기 수출 수주 규모가 각각 1786억원과 2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 수주는 각각 132억원과 13억원이었다. 올해 LIG넥스원의 1~2분기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각각 11%와 9.4%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 비중은 각각 8.4%와 5.8%였다. 수주잔고는 2018년~2019년 5조~6조원에서 2020년 7조3000억원,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LIG넥스원은 지난 7월 미국 주관 세계 최대 해상 연합훈련인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에서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을 각국에 선보이기도 했다.
무기 수출은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으로 이어진다. KAI는 폴란드와 맺은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토대로 현지 생산 기지와 FA-50 MRO 센터를 짓고 중장기적으로 국제비행훈련학교 운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LIG넥스원도 최근 네덜란드 탈레스 기업과 '함정탑재 핵심무기체계에 대한 MRO 및 성능개선 분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LIG넥스원은 이번 MOU로 올해 MRO 분야 3000억원대 수주 달성을 전망한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