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다가오는 겨울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산 자본재·중간재 공급 부족으로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 등의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5일 발간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관련 유럽연합(EU) 생산 차질 및 국내 산업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겨울철 러시아의 대 유럽 가스 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시 향후 1년간 EU의 경제 성장률이 0.4∼2.6%포인트 하락하고 산업 측면에서 생산 차질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가스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EU 경제의 광범위한 생산 차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 산업도 에너지 시장 수급 불안, 주력 산업의 생산 차질, 원가 상승 등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먼저 현재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예년 평균을 상당폭 하회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과 겨울철 수요 확대가 겹치면, 각국의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
또 천연가스 도입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산업 중 EU산 핵심 자본재·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조선·반도체·자동차 분야의 경우, EU산 공급이 부족할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국내 반도체 주요 기업은 핵심 반도체 제조용 장비(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 유일 생산 업체 네덜런드 ASML사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다. 또 조선 기업들은 독일·오스트리아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선박 엔진 부품, 자동위치유지장치(DPS) 등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자동차 산업도 차량용 반도체 점유율 1∼2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가 생산 차질을 빚으면 완성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화학과 철강 업종은 가스 공급 중단으로 원재료나 전기 가격이 오를 경우 생산 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화학은 나프타 가격 상승,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 업종은 전기 요금 인상 탓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대 EU 국가별 수입 규모, 수입 대체 가능성(기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산업은 특히 독일의 생산 차질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비해 에너지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해외 공급망 정보 확충·공유 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15일 발간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관련 유럽연합(EU) 생산 차질 및 국내 산업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겨울철 러시아의 대 유럽 가스 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