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 찾는 강제징용 배상①)"대위변제·채무인수, 대안 안돼"

"채무변제, 제3자도 가능하지만 채무·채권자 모두 동의해야"
양국 기업 재단 통한 기금 마련, 전범기업 참여 빠질 우려

입력 : 2022-09-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일 정상회담이 약 33개월만에 열린다. 오는 20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국 정상들이 30분간의 짧은 만남이 예정됐다. 정상회담 의제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과거사 문제가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는 결국 2018년 대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을 일본이 받아들이냐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관계 악화에 불을 지필지, 개선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외교부는 한일 양국 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두 달 간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논의됐던 한국 정부 등 제3자의 '대위변제' 방안은 결국 실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협의회는 네 차례의 회의를 거쳐 결국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배상금을 먼저 지불하고 추후 일본에 청구하는 대위변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배상과 사죄를 원하고,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의 채무 인수를 인수해 대신 변제하는 방안 또한 정부의 대위변제와 마찬가지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모두 법적으로 채권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에서 걸림돌이 됐다. 채무의 변제는 대위변제의 방법으로 제3자가 할 수 있지만, 이는 채권자가 허용을 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정부 등 제3자가 일본 기업 채무를 대신 갚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피해자가 이를 동의할 때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 등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아니기 때문에 채무자(일본 기업이나 정부)의 동의까지 필요할 수 있다.
 
민법 469조(제3자의 변제) 1항에 따르면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돼있다. 같은 조 2항에는 "이해관계 없는 제삼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됐다.
 
'채무자'의 지위 또한 일본이 이를 인정해야 성립한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일본의 재산권조치법에 의해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일부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재까지 묵살하고 있다. 결국 강제징용 배상 해법은 일본 측의 인정 없이는 실질적인 이행이 힘든 현실이다.
 
일본의 배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은 2018년 일본제철·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의 태도는 4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측은 "정부의 대위변제든 양국 기업의 기금 조성이든 이는 결국 당사자의 사과·배상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일본 기업에서 배상금이 나오더라도, 정작 전범기업 참여 없이 엉뚱한 기업의 참여로 이뤄진다면 이는 상당히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상회담과는 별개로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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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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