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900억대 증여세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대법원이 조 회장의 주장을 추가로 받아들이면서 항소심에서 인정했던 세금 383억원 중 최대 32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조 명예회장이 강남세무서 등 48개 세무당국을 상대로 증여세 과세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 지정·통지처분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법원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1973년부터 회사 임직원 명의로
효성(004800) 등 주권상장 법인 주식을 보유했는데, 강남세무서 등은 조 명예회장이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했다고 보고 차명주주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한편, 조 명예회장 역시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면서 증여세와 부당무신고가산세 총 644억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과세당국은 이와는 별도로 종합세 30억원, 양도소득세 233억원 등 총 901억원을 과세했다. 이에 조 명예회장이 소송을 냈다.
1심은 조 명예회장에게 조세회피 등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1998년 개정된 소득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 주식 합계액 중 100분의 5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대주주) 등이 그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발생한 소득을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의 하나로 새로 규정했기 때문에 대주주의 주권상장법인 주식은 1999년 1월1일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라면서 조 명예회장이 1991년 1월1일 이전 차명 취득한 부분에 대한 과세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1심이 정당하다고 본 과세처분은 총 901억원 중 증여세 및 무신고가산세 642억여원과, 종합소득세 25억원, 양도소득세 191억원 등 858억원이었다.
쌍방의 항소로 열린 2심은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법인 주식 중 일부가 차명주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1심이 인정한 증여세 및 무신고가산세 642억원 중 167억여원만 정당하다고 봤다.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과세처분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 조 명예회장이 부담할 부분은 383억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증여세 및 무신고가산세 167억원 중 최대 32억원에 대한 부분은 위법해 최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의 납세의무자는 명의수탁자이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와 연대해 해당 증여세를 납부할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면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는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부당무신고가산세는 ‘납세의무자’가 부정행위로 법정신고기한까지 세법에 따른 국세의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부과된다"면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에 관해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이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신고와 관련해 본래의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무신고와 관련해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심리하지 않은 채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행위만을 이유로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