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에 나섰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도 한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관심의 초점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한 미국방문 성과이다. 최근 미국이 최근 한국의 뒤통수를 정통으로 때린 법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이 최근 채택한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한 현대자동차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치명적으로 불리한 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고맙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치명적인 법을 만들어 버리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배신이다. 그것도 세월이 제법 흐른 것도 아니고, 불과 2개월 간격으로 말이다.
이에 대한 배신감이 국내 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들 사이에도 매우 큰 상태임을 윤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뒤늦게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당국자들이 이리저리 뛰며 미국 측과 협의한다고 하지만, 실마리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이야 얻을 것을 다 얻었는데, 사실 이제는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다.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한국만 뒤늦게 고생하는 것이다.
바로 이럴 때 윤 대통령이 미국에 갔으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해결의 물꼬를 틀지 몹시 국민들이 궁금해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1차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그리고 두 정상,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복원과 강화를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번에 마련한 인플레감축법 시향으로 한미동맹 강화에 중대한 흠결이 생긴 셈이다. 따라서 그 흠결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
이번에 미국을 방문했다고 단번에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현안이 걸려 있을 때 굳이 갔으니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그 실망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통화교환협정 문제도 하루빨리 결실을 봐야 한다. 지금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드는 등 몹시 불안하다.
물가안정과 국내 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환율안정은 지금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외환당국이 나름 애쓰고는 있으나, 역부족인 듯하다. 그런데 외환시장에 자꾸 개입하다 보유 외환마저 깎아 먹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게 된다.
물론 윤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은 통화교환협정은 행정부의 일이 아니고 양국 중앙은행 사이에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부가 관심을 두고 한국은행과 함께 적극 추진하려는 의사를 보인다면, 일은 훨씬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간 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방문해서 논의의 물꼬라도 터놓으면 일은 순조롭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문제였다.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할 때 이보다 더 큰 과제는 없다. 이 과제 하나만 해결해도 윤 대통령의 업적은 길이 빛날 수 있다.
미국은 더 나아가서 최근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트럼프행정부 시절 부과된 철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는 원상 복귀됐지만, 한국만 안된 상태이다.
이 밖에도 지금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얽혀 있는 통상현안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돌파구를 열어야 할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도 하루라도 빨리 정리돼야 한다.
그러니 지금쯤 윤 대통령의 어깨는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무거울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를 위해 하늘을 짊어진 아틀라스보다 더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 떠맡은 것이니까. 만약 빈손으로 귀국한다면 적지 않은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나아가서 윤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 대한 향후 평가도 이번 순방 결과에 의해 죄우될지도 모르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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