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스웨덴·이탈리아 총선을 보며

입력 : 2022-10-04 오전 6:00:00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올해 9월에는 스웨덴과 이탈리아에서 총선이 있었다. 두 나라 모두 우파정당 연합이 승리했다. 우파 중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한국 언론에서도 주로 그런 측면이 보도됐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스웨덴의 경우에는 우파연합이 승리했지만, 매우 근소한 차이였다. 우파연합이 176석을 차지했고, 사회민주당 중심의 중도-좌파 연합이 173석을 차지했다. 불과 3석 차이에 그친 것이다. 또한 우파연합 중에서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차기 총리는 스웨덴 민주당이 아니라 중도당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연합이 얻은 의석 중 스웨덴 민주당의 의석이 73석으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뒤를 이은 중도당이 68석으로 의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 정당의 거부감이 덜한 중도당이 총리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파연합의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파연합이 이탈리아 하원 400석 중 237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극우성향의 ‘이탈리아 형제들’ 당의 대표를 맡은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를 맡을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우파연합이 얻은 237석 중에서 ‘이탈리아 형제들’ 당이 과반수 이상인 119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선거 결과 차이는 스웨덴과 이탈리아 선거제도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349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스웨덴의 선거제도는 순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소선거구 지역구 선거가 없는 비례대표제)이다.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이 보장된다. 이번에도 우파연합은 49.5%를 득표해 176석을 얻었고, 중도-좌파연합은 48.8%를 득표해 173석을 얻었다.
 
스웨덴의 비례대표제는 한국이 참고할만한 사례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29개의 권역(대선거구)에서 31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그리고 39명은 남겨 놓았다가, 전국적인 정당 득표율과 전국적인 의석 비율을 맞추는 보정의석(조정의석)으로 사용한다. 권역을 나눠서 비례대표 선거를 하면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불일치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을 보정의석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런 스웨덴의 순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표의 등가성’도 보장하면서, 각 권역(대선거구)의 대표를 뽑음으로써 지역 대표성도 보장하는 방식이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유권자들이 권역별(대선거구) 투표를 할 때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를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선택을 받은 후보자는 정당이 정한 비례대표 순번에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된다. 이를 ‘가변형 명부’라고 한다. 비례대표 순번을 유권자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우리와 유사하게 소선거구제 지역구로 147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비례대표로 245명을 뽑는 방식이다. 물론 비례대표의 숫자가 꽤 많다. 그러나 전체 국회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로 되어 있는 245명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므로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2020년 총선 전에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던 ‘병립형’이라고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택한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우파연합이 얻은 득표율은 43.79%였다. 유권자 절반의 선택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우파연합이 얻은 총 의석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총의석 400석의 60%에 육박하는 237석이었다. 이는 147석의 지역구 중 121석을 우파연합 측이 싹쓸이한 결과다. 중도-좌파연합의 경우에는 26.13%를 얻었지만, 의석은 85석에 그쳤다. ‘5성운동’ 당의 경우에는 15.43%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52석에 그쳤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비례대표 의석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소선거구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 ‘병립형’ 방식을 택하면, ‘표의 등가성’이 깨지는 승자독식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2024년 총선이 치러지는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의 사례를 배울 것인가?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에, 스웨덴과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 유권자의 선택권 모두를 보장하고 있는 스웨덴의 선거제도가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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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