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환경부 정책 기조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2중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논란 등의 문제도 잇따라 나왔다.
특히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대 경제단체와 환경규제 개선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규제부처 역할을 확고히 견지하고 환경정책을 엄격히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화진 장관은 4일 세종시 환경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를 통해 "환경부는 규제부처가 맞다. 기업이 오염 원인자이자 오염 개선 주체"라며 환경정책의 엄격한 운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업 현장에서 환경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불합리한 규제가 없었는지를 살폈다"고 언급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경제단체와 환경부 사이 핫라인 구축을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다. 환경규제 합리화라는 게 환경규제를 기업 입맛에 맞춰 풀겠다는 말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환경부 장관 일정을 보면 규제개혁, 기업방문 일색이다. 이게 어떻게 환경부라고 할 수 있나"라며 "기업이 원하면 규제를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산업부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만나서 호소를 듣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것, 낙동강 녹조를 보는 것이 환경부의 현장이다. 그런데 환경부 장관이 전경련 가서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흥부서인 것처럼 다닌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기업과 환경부 사이 채널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업이 환경 문제를 만드는 곳이기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 현장과 소통을 한다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규제를 지키려고 해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과 문제 제기가 많았다. 그런 문제 제기를 현장에서 듣고 보기 위해 기업 행보를 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 지금은 관련 내용들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도록 환경단체나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6월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방문해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 규제 혁신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사항은 가감 없이 제시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열린장관실'을 통해 공개된 한화진 장관의 일정을 봐도 5월 11일 취임 이후 6월 30일까지 규제 완화 관련 일정이 최소 7개로 나타났다.
5월 24일 규제혁신장관회의, 6월 8일 규제현안해결 1호 현장방문, 6월 9일 제1차 환경규제개선전략회의, 6월 14일 중소기업중앙회 차담회, 6월 22일 규제개선 로드맵 보고, 6월 29일 규제현안해결 2호 사업장 방문, 6월 30일 전경련 차담회 등이었다.
최근 환경부가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하기로 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와 관련해서 국정감사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사진은 한 카페에 쌓인 일회용컵. (사진=뉴시스)
오는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 시행될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지적도 이어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사업으로 우선 시행한다고 했다. 사먹은 매장에 다시 가서 일회용컵을 반납해야 하는 '매장 1개 브랜드'가 세종은 15개, 제주는 11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서귀포시 관광객들이 제주시에 가면 컵 반납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 관광지에 가서 컵 반납을 위해 한시간씩 이동하는 게 맞느냐"고 일갈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에 대한 방안을 발표했다. 12월 2일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시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6월 시행에서 12월로 유예된 것에 더해 시행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로 포함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와 관련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전국 확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에서 유럽연합(EU) 기준을 충족한 원전만 친환경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러면 K택소노미는 가짜가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며 2031년까지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전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및 법률 마련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EU의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시점은 2025년으로 우리 보다 6년 빠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세부 계획 마련도 2050년까지로 못을 박았다.
한 장관은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한다고 하면 K택소노미 기준을 따르게 되는 것이고, 우리가 EU에 투자한다면 EU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 수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할 때도 원전에 대한 부분은 국제동향 등을 고려해 포함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었다"고 언급했다.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며 재생에너지 투자가 축소될 거라는 지적에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섞을지를 핵심으로 본다. 재생에너지는 더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