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낙동강 인근 수돗물에 독성 물질이 나왔다는 환경단체의 조사에 대해 환경부가 공동검증을 제안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검사 범위 등을 놓고 환경부와 환경단체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녹조 문제와 관련한 수돗물의 방법론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수돗물 뿐 아니라 원수, 농작물, 에어로졸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정수장 녹조 문제는 환경부 물이용기획과가, 에어로졸(액체 미립질) 문제는 환경부 수질관리과로 분산돼 있다. 낙동강 인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과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으로 녹조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4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낙동강 독성 녹조 검증을 두고 환경부의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환경부와 환경단체 이견으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소통방식이 옳다고 보시나"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화진 장관은 "그 부분은 환경단체와 협의를 통해 검증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단체와 소통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9월 27일 오후 환경단체에 공개검증(안)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의 ‘먹는물 수질감시항목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른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과 환경단체에서 활용한 효소면역분석(ELISA)법을 비교 분석하는 식이다. 효소면역분석(ELISA)법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평가하고 수돗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반면, 환경운동연합 측은 논평을 통해 "환경부는 민간단체가 요구한 주요 내용을 빼고 일방적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러한 환경부 행태는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치졸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 8월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 등 환경단체와 학계는 낙동강을 원수로 하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MCs)'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는 등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환경단체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하고, 환경부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사실 관계를 두고 두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환경부가 공동검증을 환경단체 측에 제안했지만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환경단체는 수돗물에 한정한 방법론 검증이 면피용이라고 비판한다. 방법론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녹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작년 겨울부터 녹조 독성물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환경부는 지난 주에 와서야, 수돗물에 한정해서 방법론에 대한 자웅을 겨뤄보자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 내부에서도 녹조를 다루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 수돗물에 대해서 방법론을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한정적으로 흐르게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녹조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환경부 내부에는 녹조를 다루는 부서가 나눠져 있다. 정수장 녹조 문제는 물이용기획과에서, 에어로졸 문제는 수질관리과에서 하는 식이다.
낙동강 인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과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이 담당하고 있다. 해수욕장 등은 해양수산부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은 낙동강에서 흘러온 녹조로 인해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환경단체와 협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환경단체가 식약처나 농림부 등을 포함하자고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나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4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낙동강 독성 녹조 검증을 두고 환경부의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