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캡처)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내는 보고형 문자 메시지가 5일 기자 카메라에 포착됐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주요 사안에 대한 해명 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모양새여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1'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참석 자리에서 '이관섭 수석'으로 저장된 수신인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11시25분쯤 "서해 사건 감사에 착수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앞서 '한겨레'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계획이 감사원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됐다며,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유 사무총장이 이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오전 8시20분으로, 해당 자료가 나가기 전에 대통령실에 미리 계획을 전해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은 헌법기관으로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거기에 해서 대통령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감사의 배후가 대통령실임이 백일 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치보복, 정치탄압"이라며 대통령실 개입을 의심했다. 해외 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 파문으로 국정운영 지지도가 다시 최저치로 떨어지자 국면 전환을 꾀했다는 해석이었다.
오영환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 유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이 수석 간의 문자 내용이 이를 입증한다"며 "두 사람의 문자는 감사원 감사가 대통령실의 지시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 감사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정무능, 인사, 외교 참사 등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저히 기획된 정치 감사를 진두지휘한 것"이라며 "'감사원은 독립적 헌법기관의 일이라 언급조차 적절치 않다'라는 말도 새빨간 거짓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감사원을 통한 기획감사, 정치감사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길 바란다"라고 압박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다. 법적 근거조차 없고, 심지어 절차도 하나도 지키지 않았으며, 감사 후 가능한 조치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라는 안보 사항을 감사 대상으로 올린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분명해졌기 때문"이라며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어디까지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나. 대통령이 모른다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단독 작품이냐"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질문을 그대로 되돌려줬다. 이어 "정치보복으로 현 정부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착각"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감사원의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감사원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감사원장, 사무총장 해임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